서말구 육상감독 “볼트의 폭발적 탄력 좀 봐, 사람이 아니야, 神이야 神”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100m 한국기록(10초34) 보유자인 육상대표팀 서말구(53·해군사관학교교수) 총감독은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 얘기를 꺼내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 감독이 말하는 볼트의 경이로움은 2가지였다.

일반적으로 키가 큰 단거리 선수는 보폭은 크고, 가속력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주로 스타트와 초반레이스가 문제다. 볼트의 신장은 196cm. 190cm인 아사파 파월(26·자메이카)과 180cm인 타이슨 가이(26·미국)보다 크다. 9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단거리의 전설’ 칼 루이스(47·미국)도 188cm로 볼트보다는 작았다.

100·200m 결승에서 스타트만 놓고 보면 ‘썬더(thunder)’ 볼트도 큰 키의 불리함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100m에서 스타트반응속도는 0.165초로 8명중 7위. 200m에서는 0.182초로 8명중 5위였다.

하지만 서 감독은 “정확히 그 시간만큼만 약점일 뿐”이라고 했다. 3초 만에 모든 상황은 달라진다. 서 감독은 “스타트 이후 30m까지 속력을 끌어올리는 볼트의 능력은 육상역사상 최고”라고 극찬했다. 강한 근력과 부드러운 몸놀림 덕분이다. “정확히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40m 지점 이상에서 내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최고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12m/s정도의 속도를 낸 후 모든 스프린터들은 가속행진을 멈춘다. 100m를 지나는 시점에서는 11m/s로 속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볼트는 긴 다리를 이용해 가속상태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100m결선에서 막판 여유를 부리고도 세계기록(9초69)을 달성할 수 있었다.

서 감독은 “이미 탄력을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쇼맨십이 없었더라도 단축되는 기록은 0.01초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했다면 9초6 초반대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일반의 평가는 ‘인간의 기준을 신에게 적용한 처사’라는 것. 200m에서도 볼트는 곡선주로에서 받은 탄력을 직선주로에서 폭발시키며 2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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