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순간에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역시 어머니 같은 누나였다. 한국에 20년 만의 복싱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로 꼽히던 웰터급(69kg) 김정주(원주시청).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모두 탈락하고 유일하게 혼자 준결승에 진출한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고 배탈이 나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싸운 끝에 동메달에 머물렀던 그는 이번에도 준결승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김정주는 22일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바히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6-10 판정으로 져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김정주는 10일 첫 경기에서 왼손등 뼈에 금이 간 상처가 재발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훈련할 때 다친 부위가 덧났다. 이후 그는 주로 오른손에 의존한 채 경기를 하면서도 4강에 올랐다. 이날은 마취주사를 맞고 링에 올랐다. 김정주는 아테네 올림픽에도 태릉선수촌에서 멕시코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다 갈비뼈에 금이 간 채 출전했다.
링에 오르기 전 그는 누나를 찾았다. 누나는 2004년 당시 동메달에 그친 동생을 위해 “언제나 우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잖니. 동메달을 딴 것만 해도 누나는 너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큰누나 김정애(34) 씨는 부부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그를 키운 것은 큰누나였다. 동생이 매를 맞으며 운동하는 것이 늘 속상해 울면서도 그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언제나 맛있게 끓여주던 누나였다. 그는 누나의 결혼식에서도 체중 감량 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하고 강훈련을 한 연습벌레였다. 그러나 지나친 강훈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정주는 “부상 때문에 졌다고 말하면 핑계가 될 것이다. 한국 복싱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