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마지막엔 웃자”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IHF 판정소청 기각… 오늘 헝가리와 동메달 결정전

“남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라도 좋은 성적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일로 영향을 덜 받았으면 합니다.”

21일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 벌어진 판정 시비로 인해 침체됐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23일 3, 4위전을 위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6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그동안 4차례 결승에 올랐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3, 4위전에 나서는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은 그동안 6번의 올림픽에서 금 2, 은메달 3개를 땄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노르웨이에 21-22로 1점 차 패배를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판정 시비가 일자 눈물을 쏟았던 오성옥(36)은 “선수들이 오늘 아침 소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기는 했지만 동메달을 꼭 목에 걸어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분위기도 다시 예전처럼 밝아졌다”고 전했다.

한국의 3, 4위전 상대인 헝가리는 역시 선수들의 체격이 좋고 힘의 핸드볼을 구사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8위를 차지했던 팀.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6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B조 예선 최종전에서 헝가리를 33-22로 이긴 바 있다.

한편 한국이 노르웨이와의 경기 직후 국제핸드볼연맹(IHF)에 제출한 소청은 기각됐다.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IHF는 한국 측의 소청을 기각한다. 심의위원회는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 결과가 적절한 판정에 의한 것임을 확인한다”고 22일 한국 측에 통보했다. 한국 측의 소청이 기각된 이유는 심판의 재량권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으로는 버저가 울리는 순간 공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이를 육안으로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심판의 판정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잦은 시비에 시달릴 것을 우려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대한핸드볼협회는 22일 IHF에 재기했던 판정 불복 이의를 철회했다. 조일현 핸드볼협회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시내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HF에 계속 강력하게 항의할 계획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더는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철회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하고 IHF 배심원단의 심의 결과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대표팀의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여자대표팀 임영철 감독과 면담을 했는데 현실을 직시하고 남은 동메달 결정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핸드볼 국제 경기에서 판정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심판의 자질이 떨어지고 엄격한 규정 적용이 안 되고 있기 때문. 아시아핸드볼연맹(AHF)에서 극심한 편파 판정이 횡행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한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IHF가 편파 판정을 줄이기 위해 세부 상황에 대한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심판 재량에 따른 편파 판정 시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르웨이의 마지막 공격이 하프라인에서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으나 한국과 IHF가 골인 여부에 시선을 집중한 탓인지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았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영상취재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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