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필연일까.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역대 한·일전의 극적인 승리는 모두 8회에 이뤄졌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2일 준결승에서 2-2 동점인 8회 이승엽의 통쾌한 2점홈런을 앞세워 4점을 뽑으며 6-2로 승리, 한국야구사상 처음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에게는 ‘약속의 8회’, 일본에게는 ‘악몽의 8회’다.
○ 1963년-김응룡 쐐기 투런포, 사상 첫 극일
한국은 해방 후 일본에 7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63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1회 김응룡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은 뒤 살얼음 리드를 지켜나갔다. 그리고 8회. 김응룡이 서울운동장 한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20m짜리 쐐기 2점홈런을 작렬하며 3-0 승리. 신용균의 완봉투로 사상 처음 일본을 꺾는 순간이었다.
○ 1983년-김재박 개구리번트, 한대화 3점포
잠실구장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선수권대회. 한국은 이번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0-2로 끌려갔다. 7회까지 단 1안타에 그쳤다. 운명의 8회말. 선두타자 심재원의 중전안타와 김정수의 2루타로 1-2로 추격한 뒤 계속된 1사3루서 김재박의 ‘개구리번트’로 2-2 동점. 그리고 2사 1·2루서 한대화가 좌측 폴을 때리는 천금의 3점홈런을 때렸다. 선동열의 완투로 5-2로 역전승했다.
○ 2000년-이승엽 2루타, 첫 올림픽 동메달
시드니올림픽 예선리그에서 연장 10회에 7-6으로 일본을 꺾은 한국은 3위 결정전에서 다시 맞붙었다. 0-0이던 8회말 2사 2·3루. 이승엽이 일본의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좌중간을 꿰뚫는 통렬한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어 김동주의 우전적시타가 터졌다. 구대성의 완투로 3-1 승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 2006년-이승엽 역전포, 이종범 2루타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0-2로 끌려가다 5회초 1점을 따라붙었다. 그리고 8회초 이승엽의 2점홈런으로 감동적인 3-2 역전극을 펼쳤다.
미국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0-0으로 팽팽하던 8회초 1사 2·3루서 이종범이 바뀐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리면서 2-1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일본의 이치로가 “30년간 한국이 일본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망언을 응징하면서 6전 전승으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썼다.
베이징=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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