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차동민’ 가장 높은 곳에 서다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23일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 결승에서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꺾고 우승한 차동민이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들어 보이며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3일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 결승에서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꺾고 우승한 차동민이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들어 보이며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우승후보 아니라는 말에 더 노력”

태권도 남자 80kg 金자존심 지켜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을 하기는 어렵다. 경쟁이 치열하다. 덜 자고 더 뛰고 더 파고들어야 한다.

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쟁쟁한 선수가 줄을 섰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수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독보적이어야 한다. 2인자는 ‘영원한 조연’일 뿐이다. 냉혹한 현실이다.

차동민(22·한국체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도복이 멋있어 태권도를 시작했다. 몸이 빠르고 발이 길어 전국체전에서 입상도 했다.

하지만 1인자는 아니었다. 남윤배(한국체대)와 김학환(한국가스공사)이 더 잘했다. 차동민은 항상 2등 혹은 3등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는 앞선 이들의 몫처럼 보였다.

차동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세계대학선수권에서 우승에 이어 지난해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3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2, 3차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국가대표가 됐다.

태권도 80kg 이상급은 한국의 자존심이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경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문대성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 체급은 유럽이 강세다. 2m가 넘는 유럽 선수가 즐비하다. 189cm의 차동민이 왜소할 정도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차동민은 대진운이 좋았다. 지난해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우승한 다보 케이타(말리)와 올림픽 세계예선 1위 미카엘 보로(프랑스)는 다른 조 예선에서 탈락했다.

차동민은 16강에서 크리스토페르 미오틀란드(코스타리카), 8강에서 아크멜 르가셰프(우즈베키스탄), 4강에서 앙헬 마토스(쿠바)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아테네 대회 결승에서 문대성에게 KO로 진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 경기 초반은 불안했다. 차동민은 1라운드 초반 201cm의 장신 니콜라이디스의 발차기에 연이어 실점하며 0-2로 뒤졌다. 하지만 차동민은 받아치기로 1점을 만회한 데 이어 32초를 남기고 오른발 얼굴 찍기로 2득점하며 3-2로 승부를 뒤집었다.

3라운드 1분 22초를 남기고 니콜라이디스에게 몸통 공격을 허용해 다시 4-4 동점. 차동민은 침착했다. 19초를 남기고 니콜라이디스가 공격하러 들어오는 순간 그의 왼발이 니콜라이디스의 옆구리에 꽂혔다. 2인자의 설움을 씻는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차동민은 “언론에서 우승 후보가 아니라는 평가에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영상취재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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