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13개 7위 원동력은
한국의 ‘베이징 쾌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국이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로 종합 순위 7위에 오르며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을 냈다.
○ 마치 홈경기 같았다
이번 올림픽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렸다. 지리 문화적으로 가까운 한국에는 여러모로 유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베이징 서북쪽 서우두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단 2시간. 시차도 1시간밖에 안 난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유럽이나 북중미 선수들에 비하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유리했던 셈. 실제로 태권도 등 일부 대표팀은 한국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다 경기 일정에 맞춰 입국했다.
베이징 시내는 마치 서울과 같다. 높은 고층 빌딩과 생김새가 비슷한 중국인들, 그리고 익숙한 음식까지. 더군다나 우려했던 심각한 공해는 없었다. 폭염 또한 한여름 한국의 삼복더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정도였고 밤에는 열대야 없이 선선했다. 교민들의 응원과 선수 가족들의 원정 응원이 활발했던 것도 큰 ‘힘’이었다.
김정행 선수단장은 “지리적, 문화적 이점이 좋은 성적을 거둔 한 이유”라고 말했다.
○ 헝그리 정신이 글로벌 자신감으로
수영 박태환(1989년생) 역도 장미란(1983년생) 배드민턴 이용대(1988년생) 등 금메달을 딴 많은 선수가 한국이 경제성장기를 달리던 1980년 중반 이후 태어났다.
풍요롭게 자란 신세대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헝그리 정신’보다 ‘글로벌 자신감’을 보여줬다. 이는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선수단 분위기마저 바꿔 놓았다.
수영의 박태환이 시상대에 올라 키스 세리머니를 하고, 역도 사재혁은 먼저 나서서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가 하면 배드민턴 이용대는 ‘살인 윙크’를 날리는 등 시상식에서는 눈물보다 웃음이 넘쳤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각종 스포츠 과학이 대표팀에 접목되면서 선진국에 근접한 훈련 여건이 만들어진 것도 좋은 결과를 낸 한 이유로 평가된다.
○ 두둑한 보너스도 힘 보태
인상된 포상금도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금메달을 따면 감독은 기존 2000만 원에서 400% 오른 8000만 원을 받고, 코치는 6000만 원(300% 인상), 선수는 5000만 원(250% 인상)을 손에 쥔다. 기존보다 포상금이 2.5∼4배로 대폭 인상된 것.
연금도 쏠쏠하다. 금 100만 원, 은 45만 원, 동메달은 30만 원이 매달 선수에게 평생 지급된다. 각 협회와 후원 기업들이 내놓는 뭉칫돈까지 생각하면 선수들에게 금전적 동기 부여는 충분한 셈이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