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심판 폭행과 판정 번복 논란에 휩싸였다.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쿠바)는 23일 태권도 80kg 이상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주심에게 하이킥을 날렸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해 치료가 늦어지자 기권패를 선언한 주심에게 불만을 품고 발길질을 한 것.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마토스의 성적을 박탈하고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 출전을 영구 금지하는 중징계를 줬다.
여자 67kg 이상급 8강에서는 승패가 뒤바뀌었다. 세라 스티븐슨(영국)은 천중(중국)에게 0-1로 졌지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2-1로 이겼다. 올림픽에서 이례적인 판정 번복이다.
이와 관련해 WTF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24일 밝혔다.
WTF 조정원 총재는 “내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 전자호구를 우선 사용할 예정”이라며 “전자호구 기술 검토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전자호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태권도의 편파 판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추진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이 태권도 경기를 관람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에 전자호구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2006년부터 국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전자호구를 시험했지만 오류가 많았다. 상대 선수를 타격했을 때 점수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손가락이 살짝 스쳤는데 점수가 올라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에 전자호구를 도입하지 못했다.
국내에서조차 검증되지 않은 전자호구를 런던 올림픽 때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권도 판정 시비가 일자 임시방편으로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