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승 18위 희망의 레이스… 케냐 완지루 우승
마라톤 풀코스에 40번 도전해 38번을 완주한 베테랑이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가슴이 뛰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결국 수면제에 의지해야 했다.
‘봉달이’ 이봉주(38·삼성전자).
그의 레이스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국민은 불혹을 눈앞에 두고도 오뚝이 레이스를 펼치는 그와 늘 함께했다. 그래서 ‘국민 마라토너’란 닉네임이 붙었다. 그만큼 영광스러운 칭호이지만 이봉주는 국민에게 기쁨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언제나 떨칠 수 없었다.
24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 때도 마찬가지다. 이봉주는 레이스 며칠 전부터 잠을 잘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했다. 객관적 전력으로 메달은 불가능하지만 그동안 올림픽에서 다양한 변수가 메달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내심 메달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2시간17분56초로 28위.
2시간6분32초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케냐에 사상 첫 마라톤 금메달을 선사한 사무엘 완지루(22) 등 다른 선수들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밀려 힘 한번 쓰지 못했다. 이봉주는 “정말 힘든 레이스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레이스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 마라톤 출전.
이제 올림픽과는 이별이다. 하지만 이봉주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이봉주가 바로 은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레이스 막판 30m나 뒤져 있다가 2시간8분04초로 역전승을 거두며 국민을 열광시킨 이봉주. 그의 ‘인생 역전 레이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승(29·삼성전자)은 2시간14분37초로 18위에 랭크돼 한국 선수 중 가장 빨랐다. 이명승은 더운 날씨 속에 펼쳐진 이날 레이스에서 개인 최고기록(2시간13분42초·2003 서울국제마라톤)에 근접하는 기록을 내 13위(2시간13분46초)인 오가타 쓰요시(일본)에 이어 아시아 선수 2위를 하는 희망의 레이스를 펼쳤다.
▲ 영상취재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