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베이징올림픽은 예상대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서 ‘팍스 시니카(Pax Sinica)’로의 이동을 확인한 장이었다. 개최국 중국은 금메달 목표 40개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세계 스포츠의 최강국으로 부상한 반면 미국은 육상 단거리에서의 몰락과 함께 여지없이 2위로 밀려났다.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건진 금메달 51개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구 소련이 따낸 55개 이후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중국은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이 대거 불참한 1984년 LA대회 때 처음 올림픽에 등장한 뒤로 마치 새로운 거대육식공룡이 지구상에 출연한 듯 급속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종합 3위에 이어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종합 1위 미국(금메달 36개)을 4개차로 바짝 추격했다. ‘죽의 장막’을 걷어내기로 작정한지 불과 30년만에 중국은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중화패권’의 야심을 실현한 것이다.
미국은 무기력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사상 첫 8관왕 등극을 제외하고는 연일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육상 단거리에서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참패를 거듭했다. 특히 자메이카의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연거푸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장면을 구경한 것은 미국 육상에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의 대약진과 더불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한국은 ‘마린보이’ 박태환의 수영 자유형 400m 제패로, 일본은 기타지마 고스케의 수영 평영 부문 2연속 2관왕과 육상 남자 400m 계주 동메달로 아시아의 한계를 넘어섰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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