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중의 별은 누구
이번 올림픽 한국 최고의 스타로는 단연 박태환(19)을 꼽을 수 있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 우리나라 최초로 수영에서 금메달을 캐냈다. 동양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높은 벽을 올림픽 도전 44년 만에 허문 쾌거였다. 박태환의 금빛 낭보는 대회 초반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대회 중반이 지나면서 이 바통을 장미란(25)이 이어받았고 최종 마무리는 야구가 해냈다. 대회전부터 떼어놓은 당상이었던 금메달이었지만 장미란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연거푸 세계기록을 갈아 치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려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이용대(20)와 전 경기를 시원한 한판으로 장식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금을 선사한 유도의 최민호(28) 역시 스타덤에 올랐다.
○ 눈물 없인 볼 수 없었던….
11일에는 남자 역도 69kg급 이배영(29)의 핏빛 스토리가 전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이배영은 갑작스런 왼쪽 장딴지 근육 경련으로 더 이상 경기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해보였지만 부상 부위에 바늘을 꽂아 피까지 뽑아가며 끝까지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용상 마지막 3차시기에서 앞으로 쓰러지면서도 바벨을 끝까지 놓지 않는 투혼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16강전에서 기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후 ‘죽더라도 링에 오르고 싶다’고 외치던 복싱 라이트급(60kg) 백종섭(28)은 결국 8강전을 포기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회전에서 왼 주먹에 골절상을 입고도 4강에 올라 동메달을 따낸 복싱 웰터급(69kg) 김정주(27)와 무릎 인대가 끊어져 걷기가 힘든 지경인데도 기어코 우승을 차지한 태권도 67kg급의 황경선(22), 갈비뼈가 부러지고도 은메달을 따낸 남자유도 73kg 왕기춘(20) 역시 육체의 병을 이겨낸 강한 정신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종목별 희비
한국의 전통적인 메달밭이었던 격투기에서는 뚜렷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태권도는 출전한 4체급 모두를 석권하며 한국의 10-10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유도 역시 금 1, 은 2, 동 1로 선전했다.
반면 레슬링과 복싱은 기대에 못 미쳤다. 레슬링은 바뀐 규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에 24년 만에 노골드의 수모를 맛봤고 복싱은 최악의 대진운과 연이은 부상으로 동메달 1개를 따는데 그쳤다.
1992바르셀로나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린 역도는 이번에 금 2, 은 1의 최고 성적을 올렸다. 양궁은 남녀 단체전에서 우승했지만 개인전은 모두 은메달에 머물러 세계 수준이 평준화됐음을 알렸다.
○ 金 못지않은 銀, 銅
여자 펜싱 플뢰레 남현희(27)는 155cm라는 단신을 극복하고 이 부분 세계 최강자 이탈리아 베잘리(34)와 접전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따냈다.
특히 종료 40초를 남겨두고 동점과 역전을 허용, 아쉬울 법도 했지만 남현희는 경기 후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 신선한 감동을 안겨줬다.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 체조 평행봉의 유원철(24)과 여자역도 53kg 윤진희(22), 집행부의 내분으로 제대로 훈련시간도 갖지 못했지만 처음 신설된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동메달을 따내며 선전한 탁구도 금 못지않은 큰 박수를 받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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