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에 오르기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힘든 법.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활약으로 고배를 든 스타들이 여럿 있다.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28)은 남자 자유형 1500m 3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해켓은 1500m 결선에서 자신이 보유한 14분 34초56의 세계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14분41초53의 기록으로 우사마 멜룰리(튀니지)에 뒤져 2위에 머물렀다.
해켓의 부진은 자유형 400m에서 비롯됐다. 막판 스퍼트에 강한 박태환(19)을 의식한 듯 초반부터 치고나갔던 해켓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며 6위에 그쳤고 이 부담감이 주종목인 1500m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황색탄환’ 류시앙(25)도 빼놓을 수 없다. 더구나 류시앙은 제대로 레이스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기권한 터라 13억 중국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뛰어난 실력에 곱상한 외모까지 갖춰 탁구 종주국 중국에서도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왕하오(25) 역시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2004아테네올림픽 때 유승민(26)에 밀렸던 왕하오는 이번 결승전에서 ‘이면타법’ 선배인 마린(28)에게 1-4로 완패하며 두 대회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다.
남자 육상 100m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타이슨 가이(26) 역시 굴욕의 주인공. 가이는 남자 육상 400m계주에서도 바통 터치 실패로 결선에 오르지 못해 한 개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하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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