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유도와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과 양궁이 중심을 이루었던 대한민국의 올림픽 메달밭이 수영, 체조, 구기 종목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그 결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은10, 동8)로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계랭킹 7위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렸다. 4년 뒤 열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는 더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궁, 유도는 강세 지속
양궁은 역시 한국 스포츠의 확실한 메달밭이었다. 양궁은 이번 올림픽 4개 종목에서 2개의 금메달, 2개의 은메달, 1개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남녀 단체전은 기대했던 것처럼 금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은 남녀 은메달에 그쳤다.
특히 여자 개인전 우승을 7개 대회 만에 처음 다른 나라에 내줘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나 한국 궁사들은 비가 내리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다른 국가 선수들을 압도하면서 한국의 우수성을 확인시켰다.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을 따고 돌아왔다. 코칭스태프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부족했지만 2000년 시드니(은2, 동3), 2004 아테네(금1, 은1, 동1)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총 8개의 메달(금2, 은4, 동2)을 획득했던 한국 유도의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영, 역도의 분전
한국은 기초종목으로 불리는 육상, 수영, 체조 등에서 세계와의 격차가 매우 컸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꿈이 실현됐다.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장식했다. 박태환 뿐 아니라 정슬기 등 어린 여자 수영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역도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장미란은 세계신기록까지 작성하며 금 바벨을 들어올리는 등 한국 역도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
○국제경쟁력을 확인한 구기 종목
구기 종목도 충분한 메달 가능성을 확인했다.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을 비롯해 배드민턴 혼합 복식의 우승, 여자복식의 은메달,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 남녀 탁구대표팀의 단체전 동메달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도 남자 핸드볼과 여자 농구가 세계 8강에 진출하며 분전했다.
과거 배드민턴,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 정도만이 메달 가능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남자 핸드볼이 세계 정상과의 격차가 거의 없음을 증명했고, 여자농구도 8강에 진출하며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남여 하키대표팀은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매 경기 선전을 펼쳐 4년 후 전망을 밝히는 등 구기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의 메달 유력 종목이었던 레슬링이 유독 부진했다. 그레코로만형 동메달 1개에 그쳤고, 자유형에서는 메달 하나도 없었다. 김정주의 동메달 하나로 마친 복싱의 부진은 계속됐다. 2011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육상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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