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 2점 홈런은 ‘공이 와서 방망이에 맞아줬다’고 할 수 있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선제 2점 홈런도 제대로 밀어 쳤지만 힘을 싣지는 못했어요.”
베이징 올림픽 야구에서 ‘거포 본색’을 보여준 이승엽(32·요미우리)은 우승 직후 “운이 좋았을 뿐 부족한 게 많다”고 말했다. 공을 칠 때 상체가 앞으로 끌려 나가는 등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
이승엽의 홈런 2방으로 한국 야구는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그의 방망이는 무뎠다. 예선에서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는 공은 없었다. 출전한 8경기에서 타율 0.167(30타수 5안타)에 2홈런 6타점. 삼진도 9개나 당해 강민호(롯데·1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7일 일본으로 떠나는 이승엽의 마음은 무겁다. 2군 생활이 예정돼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1군 외국인 등록선수를 팀당 4명으로 제한한다. 요미우리는 1군에 이미 외국인 선수 4명이 뛰고 있다. 강타자 알렉스 라미레스는 센트럴리그 홈런 1위(33개)에 타율 0.313, 93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선발 세스 그레이싱어(12승 8패 평균자책 3.42)와 에드리안 번사이드(5승 3패 평균자책 3.50), 마무리 마크 크룬(1승 3패 29세이브 평균자책 1.85)이 제몫을 하고 있다. 이승엽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25일 현재 요미우리는 센트럴리그 2위(58승 48패)로 1위 한신(66승 40패)에 8경기 차로 뒤져 있다. 올 시즌 타율 0.141에 1홈런에 그친 이승엽에게 기회를 줄 여유가 없다.
언제 1군에 복귀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승엽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막판에 타격 감을 끌어올린 만큼 2군에서 완벽한 몸을 만들어 1군 복귀를 준비하겠다는 얘기다.
이승엽은 “이제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