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보다 SK가 더 무섭다…‘베이징 신화’ 김경문감독 역전패

  • 입력 2008년 8월 27일 08시 35분


신기의 용병술 국내선 안통하나…취임후 최다 ‘9연패’ 수모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퍼펙트 우승의 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김경문 감독에게 SK는 역시 일본,쿠바,미국보다 두려운 존재일까.

베이징에서 한국야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이 귀국한지 하루만인 26일. 3주가 넘는 올림픽 브레이크를 마치고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전국 4개 구장에서 일제히 재개됐다.

관심의 초점은 8.5경기 차 선두 SK와 2위 두산이 맞붙은 문학구장으로 맞춰졌다. 대표팀을 이끈 두산 김경문(50) 감독을 비롯해 주축선수로 활약한 고영민 김동주 김현수 이종욱(이상 두산)과 김광현 이진영 정근우 정대현(이상 SK)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일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역시 김경문 감독.

김 감독이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두산은 파죽의 9연승 뒤 막바로 8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9연승을 거두는 동안 절대강자 SK를 3.5경기 차까지 압박했던 기세는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8연패의 악몽과 더불어 어느덧 3위 한화에마저 덜미를 잡힐 처지로 급전직하했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베이징올림픽을 맞았고, 김 감독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9연승 우승신화를 달성했다.

오랜만에 팀에 합류해 첫 경기를 맞이한 26일. 김 감독은 SK전 선발 라인업에서 올림픽 멤버를 모두 제외했다. SK 김성근 감독이 정근우를 1번, 이진영을 2번에 스타팅 멤버로 기용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

이에 대해 김 감독은 “SK 따라잡기는 이미 물 건너간 게 현실 아닌가. 후반기에는 5할 승률을 목표로 하면서 덤으로 몇 게임을 더 잡으면 된다”며 SK와의 정면대결은 무모한 일임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제는 선수들의 부상을 걱정해야 한다. 무리시켜 부상을 당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지 않느냐. 5회 이후 이길 수 있을 분위기면 투입하겠다”며 김동주 등의 선발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선발 라인업의 무게로만 보면 초반부터 SK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양상은 전혀 달랐다. 두산은 1회 5번 지명타자 홍성흔의 좌월3점홈런 한방으로 중반까지 리드를 잡아나갔다. 그러나 3-1로 앞선 7회말 수비부터 교체투입된 2루수 고영민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꼬여버렸다.

1사 1루서 조동화의 땅볼을 잡은 고영민은 1루 대주자 모창민을 견제하다가 그만 1루로 한박자 늦게 송구했고, 타자주자가 간발의 차로 살면서 결국 승운이 비켜가기 시작했다.

이후 스코어는 3-4로 역전됐고, 불운은 마지막 공격이 된 9회초에도 되풀이됐다. 1사 후 최준석이 SK 2루수 정근우의 실책으로 살아나가 한가닥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홍성흔의 직선타구가 2루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면서 졸지에 더블아웃이 됐고, 경기도 종료됐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김경문 감독에 대해 “마치 귀신이 들린 것 같더라”며 베이징에서 승운이 지속됐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그 ‘귀신’이 빠져나간 듯 김경문 감독은 이날 패배로 2004년 두산 감독 취임 이후 개인 최다인 9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문학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사진 =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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