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감격을 이젠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이승엽(32)이 이르면 28일 1군 무대에 선다. 우선 2군으로 복귀한 뒤 1군 무대 컴백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이로써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의 9전 전승 우승 신화를 맨 앞에서 이끌었던 이승엽은 곧바로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문학에서 경기를 가진 두산 김경문 감독과 잠실에서 게임을 치른 KIA 박흥식 타격코치는 27일 나란히 “승엽이로부터 곧바로 1군에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박 코치는 “어제(26일) 숙소에서 승엽이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전화가 왔다. 1군 복귀를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승엽이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고 밝혔다.
일본서 걸려온 전화에 따르면 이승엽 대신 1군에 머물고 있는 투수 에드리안 번사이드가 2군으로 내려갈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번사이드는 27일 요코하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최근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일찍 일본으로 돌아간 이승엽은 이에 따라 2군 훈련장이 아닌 도쿄돔으로 이동, 하라 다쓰노리 감독 등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연습을 소화했다. 요미우리 계열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인터넷판에서 한국서 돌아온 이승엽이 피곤한 기색도 없이 52번 스윙해 20개를 홈런으로 때렸다고 전했다.
이승엽이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2군에서 기다린 후 최선을 다해 1군 진입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승엽은 김포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일본 야구가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배들이 이렇게 잘해줘서 솔직히 놀랐다”면서 “이제 대표팀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이대호(롯데)다. 훌륭한 후배들이 앞으로 대표팀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량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홈런 5개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이승엽은 올림픽 본선 풀리그에서 내내 부진해 주변의 애를 태우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 2점포, 쿠바와의 결승에서 선제 2점포를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다.
이승엽은 “홀가분하게 떠난다. 몸과 마음이 된다면 내년 3월 WBC까지 출전하고 싶다”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1군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일본 언론과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는 “전혀 곤혹스럽지 않다. 프로선수이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이겨냈고, 잘 대처할 자신도 있다”면서 “남은 시즌 동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잠실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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