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혁(26)의 타구가 사직구장 외야 좌중간을 시원하게 갈랐다. 2루주자 손광민과 1루주자 이원석이 홈으로 달려들었다. 3-1 역전. 이번엔 손광민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또다시 2루주자 가르시아와 3루주자 이대호가 홈을 밟았다.
7-3으로 달아나는 쐐기 적시타. 머리 위에 주황색 비닐봉투를 둘러맨 관중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8회초가 끝나자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놓아 노래하는 부산팬들. 모든 게 예전 그대로였다.
롯데가 돌아왔다. 29일 사직 삼성전에서 7-4로 이긴 롯데는 한화를 밀어내고 21경기·52일 만에 다시 3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 신바람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그 때 그 모습이다. 하나 더. 롯데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8연승을 해냈다. 사직구장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16년 만의 8연승 ‘어게인 1992?’
롯데는 1992년 6월 2일부터 11일까지 9연승을 달렸다. 파죽지세였다. 그 해 롯데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 이후 16년 동안 단 한번도 8경기를 내리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이날, 33일 만에 야구가 시작된 사직구장에서 8연승을 해냈다.
롯데에 10년 넘게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눈시울부터 붉어졌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나도 우리 선수들이 어디까지 해줄지 모르겠다.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는 팀”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목표를 4강이 아닌 2위로 상향조정한 것도 선수들이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도 그랬다. 선발과 불펜을 거쳐 다시 선발로 전환한 이용훈은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선은 나흘 연속 두자릿수 안타. 마무리투수로 영입한 코르테스는 한국 프로야구 첫 등판에서 1이닝 퍼펙트로 첫 세이브를 따냈다.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로이스터 매직, 삼성을 눌렀다
이와 함께 또다시 떠오르는 키워드, ‘로이스터 매직’이다. 올 시즌 초 한국 프로야구를 뒤덮었던 바로 그 마법. 사상 첫 외국인 감독에 대한 평가는 기대와 불안감을 거쳐 다시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후반기를 앞두고 로이스터 감독이 강조한 건 오로지 ‘집중(Focus)’. 그리고 선수들은 그렇게 했다. 1회초 선취점을 내주고도 2회 곧바로 역전했고, 7회 1점 차로 쫓기자 이어진 공격에서 곧바로 3점을 뽑아 추격을 봉쇄했다.
로이스터가 이끄는 롯데는 이날 끈질기게 뒤를 쫓던 삼성과의 기싸움에서도 당당히 이겼다. 롯데와 연승가도를 함께 달려온 8연승의 삼성을 1.5경기차로 밀어냈고, 가시권에 들어왔던 한화는 단숨에 제쳐버렸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후 “아직 4강에 들어있지만 갈 길은 멀다”고 했다. 3위가 아닌 2위. 그게 진짜 목표라는 얘기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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