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29일 PGA 투어에서 활약을 펼치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는 최경주(나이키골프)와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의 말을 인용해, 영어를 못하면 출전 정지까지 시키겠다는 LPGA 투어의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최경주는 “영어를 잘 하면 선수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PGA 투어에 막 데뷔했던 2000년을 회상하면서 “당시에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그 때 PGA투어에 영어사용 의무화 정책이 실시됐다면 나는 그대로 집에 가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7년 전 인터뷰를 하면서 한 기자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단어를 가르쳐 줬는데 몇 달 전 그 기자를 만났을 때 그 한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더라고 덧붙였다.
2007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고 있는 앙헬 카브레라는 “골프를 치는데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골퍼 로베르토 데 빈센소와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당신이 70타 이하를 친다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이해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들은 당신과 이야기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빈센토는 말했다고 했다.
LPGA는 “선수들이 영어에 유창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인터뷰나 프로암에서 ‘효과적으로(effective)’로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어권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조차 LPGA가 요구하는 영어 수준에 기준에 대해 의아해 했다.
그는 “헬로(hello)도 영어다. 그거면 충분한가?”라고 반문하면서 “선수들에게 영어사용을 강요하고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출전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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