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따라 용어도 변한다…변화口 체인지업!

  • 입력 2008년 9월 2일 08시 54분


현대야구 알쏭달쏭 신조어 풀이

최고구속 160km에 공끝이 살아서 움직이며 컨트롤도 나름대로 좋은 투수가 있다. 그런데 이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기가 막힌 직구를 받쳐줄 변화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슬라이더가 없었더라면 제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랜디 존슨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서 스플리터를 개발했기에 로저 클레멘스가 버틸 수 있었다. 체인지업이 없는 제이미 모이어는 이미 은퇴한 선수가 됐을 것이다. 커맨드와 완급조절이라는 무기가 있더라도 이를 받쳐줄 확실한 구종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겐 필수불가결이다. 그런데 현지 해설자나 경기 상보를 보면 뭔가 알듯하면서도 정확히 정의하기 힘든 변화구를 가리키는 말들이 있다. 이런 애매한 용어들의 정의를 해보았다.

먼저 그 쪽 해설자들이 ‘브레이킹 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함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꺾이는 볼로 변화구를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변화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커브나 슬라이더를 주로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정확히 해설자 입장에서 어느 구질인지 정의하기 어려울 때 브레이킹 볼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다. 스플리터나 체인지업 같은 투구를 브레이킹 볼 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야구에서 투심 패스트볼과 싱커, 즉 싱킹 패스트볼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투심 자체가 직구, 즉 포심 패스트볼에서 변형된 형태로 보고 일반적으로 포심보다 2-4마일 정도 느린 경우가 대다수이다. 물론 과거의 케빈 브라운이나 현재 카를로스 삼브라노와 같이 90마일 중반대의 파워 싱커를 구사하는 투수도 간혹 있다.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용어가 ‘스니키 패스트볼 (Sneaky Fastball)’이다. 어떤 구종은 아니고 실제 스피드 건에 나타나는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직구를 말한다. 공끝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주로 타자를 혼란시키는 투구폼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공이 손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오래 가져가는 투수나, 투구폼 자체는 얌전하고 부드러운데 릴리스 하는 순간이 빠르고 폭발적으로 느껴져 실제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경우이다. 과거 메츠의 좌완 시드 페르난데스나 현재 연승 가도를 달리는 클리블랜드 클리프 리가 이런 직구를 구사하는 투수로 실제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져 타자의 헛스윙 등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의 구질을 말할 때 ‘하드 커브’나 ‘하드 슬라이더’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구질은 일반 투수들의 커브나 슬라이더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하드 커브의 경우 슬라이더와 흡사하지만 휘면서 떨어지는 각도가 더 크고 투수의 그립 자체와 던지는 방식이 커브와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 뿐이다. 하드 슬라이더는 많은 투수들이 구사하는 커터와 거의 같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어크로스 바디 딜리버리 (Across body delivery)’ 혹은 ‘크로스 파이어’라는 용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구종을 가리키는 용어는 아니고 투구폼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투수들 가운데 내딛는 발이 포수 쪽으로 일직선상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투수의 경우 3루쪽, 좌투수의 경우 1루쪽으로 내딛는 경우로 같은 사이드의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경우 자신의 등 뒤에서 공이 들어오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또한 투수의 입장에서 공을 오랫동안 숨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몸에 무리가 따를 수 있는 투구폼이란 지적이다. 사이드 암 투수에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형태로 김병현이나 보스턴의 하비에르 로페스 같은 투수의 투구폼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대 야구에서 체인지업이란 구종은 거의 서클 체인지업과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을 의미한다. 우선 서클 체인지업은 그립의 형태를 떠나서 약간의 호를 그리면서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형태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사용되는 구질이다.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은 구속이나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면에서는 서클 체인지업과 대동소이하지만 구속이 많이 떨어지는 직구처럼 밀려들어오다 역시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형태를 말한다. 서재응이나 그렉 매덕스 등이 서클 체인지업을 잘 구사하는 투수로 꼽힌다. 디트로이트의 케니 로저스는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원래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오프 스피드’ 피치, 즉 구속을 급격히 떨어뜨려 타자를 무너뜨리는 구종인 팜볼, 포크볼 같은 구종도 통칭했었지만 서클 체인지업의 출현으로 그런 의미는 퇴색했다.

비슷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알고 보면 더욱 더 투수들의 구종이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몇 용어들을 풀어봤다. 시대가 흐르면 같은 용어라도 쓰임새가 바뀌게 마련이고 야구에서도 이는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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