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씨,에베레스트 서남벽 신루트 개척 재도전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11명 원정대 어제 출국… 내달 중순 정상 정복 계획

지난달 초 산악인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 씨는 애지중지하던 갈기 머리를 싹둑 잘랐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 서남벽 재도전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박 씨는 지난해 5월 원정대를 이끌고 에베레스트 서남벽 신(新)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가족이나 다름없던 오희준(서귀포 영천산악회), 이현조(전남대 산악부 OB) 대원을 눈사태로 잃고 고개를 숙인 채 귀국했다. 두 대원은 10년 가까이 박 씨와 히말라야 등반과 극지 탐험을 함께했고 2000년부터는 박 씨의 집에서 함께 지낸 ‘식구’.

당시 참회의 심정으로 스스로 머리카락을 밀어버린 그는 이후 서남벽과 먼저 세상을 떠난 두 대원을 마음에 안고 살았다. 외부와 연락도 끊고 술로 지낸 지 6개월 남짓. 하지만 그는 결국 마음의 고통을 털고 일어났다. “동생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 이대로 포기하면 나중에 두 대원을 볼 낯이 없다.”

박 씨가 2일 다시 에베레스트로 떠났다. 준비도 더욱 철저히 했다. 4월부터 한 달가량 중국 쓰촨 성 6000m급 미답봉을 오르며 야전 감각을 깨웠다. 7월에는 박 씨가 5년째 매년 원정대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국토순례 행사 ‘대한민국 희망원정대’를 이끌면서 640여 km를 하루도 쉬지 않고 걸으며 체력을 쌓았다.

이번 원정은 발대식도 없다. “지난해 그런 일을 겪었는데 떠들썩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난달 25일 네팔 카트만두로 떠난 신동민(34·골드윈코리아), 이형모(29·노스페이스) 씨 등 선발대 4명을 포함해 원정대 대원은 모두 11명이다.

에베레스트 서남벽은 정상까지 수직 고도 2500m에 이르는 거대한 절벽. 경사가 급해 눈이 잘 쌓이지 않아 온통 검은 암벽이다. 1975년 영국 크리스 보닝턴 팀이 처음 서남벽에 올랐고 이후 러시아팀이 새 길을 내 지금까지 2개 코스만 개척됐다.

원정대는 10월 중순경 정상에 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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