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영 “후배들 위해서…태극마크는 반납”

  • 입력 2008년 9월 3일 09시 14분


“꼭 런던올림픽까지 뛰어주세요.”

팬들의 사인공세. 4년 뒤를 기약해 달라는 이야기가 꼭 따라온다. 하지만 이배영은 올림픽 전부터 마음을 굳혔다. “경북개발공사 소속으로 전국체전은 뛰겠지만 국가대표에서는 물러날 생각입니다. 좋은 후배들도 많아서….”

국가대표 최고참인 이배영은 후배사랑도 각별하다. 2008년 1월부터는 리프터월드(club.cyworld.com/lifterworld)라는 인터넷클럽을 만들어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역도인들 사이에서 역도기구들을 교환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방에서 역도를 시작한 이배영은 제대로 된 역도화 하나 없이 운동하는 후배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운영자가 이배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도꿈나무들의 기술적인 질문도 쇄도 했다. 문답이 오가다보니 지금은 역도 선·후배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됐다. 7월 말, 태릉무대연습에서 사재혁(23·강원도청)이 용상 비공인세계기록(210kg)을 작성한 사실을 처음 알린 곳도 이 인터넷 클럽이었다.

“참을 인(忍)을 가슴에 새겨라. 겸손해라. 그리고 생각하면서 운동해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세 마디. 맥주를 두 손으로 정성스레 따르면 거품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귀찮음 때문에 거품이 생기지 않느냐?”고 했다. 왕도는 없다.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귀찮은 것일 뿐”이다.

피를 타고난 민혁(3)군에게 역도를 시킬 생각은 없는 지 물었다. “두루마리 화장지로 역기를 만들어줬더니 아빠를 따라한다고 역기를 들고 넘어지기만 하더라”며 웃었다. 내 발에 맞는 역도화를 위해 “구둣방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 용의가 있다면 시킬 것”이라고 했다. 미소 뒤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태릉=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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