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더라도 야구장에서 죽겠다 오기로 버텨”
‘야신(野神)’ 김성근(66) SK 감독이 신장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4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1998년 쌍방울 감독 시절의 일이니 꼭 10년 만이다.
그는 “주위에 말하면 일(감독직)을 안 줄 것 같았어. 그래서 말할 수 없었지”라고 했다. 전날 1000승을 이룬 김 감독은 이날 마음의 짐을 하나 벗어던진 듯 편안해 보였다.
병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경기가 끝난 뒤 다음 날을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등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자 몸에 이상이 찾아온 것.
신장암 진단을 받은 김 감독은 주위에 병명을 알리지 않고 1998년 8월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암은 초기였지만 수술 후에도 잠시의 휴식도 없이 다시 일에 매달렸다.
김 감독은 “오히려 오기가 생겼어. 내가 (병에) 절대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감독은 강해야 해. 다른 사람보다 핸디캡(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 안됐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하루 2000∼3000개의 노크볼을 치면서 이를 악물고 병마와 싸웠다.
그는 “나는 야구 현장에 남기 위해 노력을 한 게 아니야. 나는 야구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야. 죽더라도 야구장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5년 지바 롯데 코치로 있으면서 이승엽(현 요미우리)에게 제일 먼저 이 사실을 털어놨다고 했다. 스승은 암과 싸워 이겨냈으니 제자는 부진을 털고 일어나라는 당부였다.
김 감독은 “SK 선수들은 아마 내일 신문 보고서 알거야. 하지만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이런 얘기를 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 주위에 많을 것 같다. 그분들께 역경에 처해도 굳은 각오와 신념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4일 1001승째를 거뒀다.
그는 “1000승과 1001승은 차이가 없다. 그저 1승일뿐이다. 내일 또 1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