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神, 신장과 맞바꾼 1000승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SK 김성근 감독 “10년전 신장암 투병” 고백

“죽더라도 야구장에서 죽겠다 오기로 버텨”

‘야신(野神)’ 김성근(66) SK 감독이 신장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4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1998년 쌍방울 감독 시절의 일이니 꼭 10년 만이다.

그는 “주위에 말하면 일(감독직)을 안 줄 것 같았어. 그래서 말할 수 없었지”라고 했다. 전날 1000승을 이룬 김 감독은 이날 마음의 짐을 하나 벗어던진 듯 편안해 보였다.

병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경기가 끝난 뒤 다음 날을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등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자 몸에 이상이 찾아온 것.

신장암 진단을 받은 김 감독은 주위에 병명을 알리지 않고 1998년 8월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암은 초기였지만 수술 후에도 잠시의 휴식도 없이 다시 일에 매달렸다.

김 감독은 “오히려 오기가 생겼어. 내가 (병에) 절대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감독은 강해야 해. 다른 사람보다 핸디캡(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 안됐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하루 2000∼3000개의 노크볼을 치면서 이를 악물고 병마와 싸웠다.

그는 “나는 야구 현장에 남기 위해 노력을 한 게 아니야. 나는 야구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야. 죽더라도 야구장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5년 지바 롯데 코치로 있으면서 이승엽(현 요미우리)에게 제일 먼저 이 사실을 털어놨다고 했다. 스승은 암과 싸워 이겨냈으니 제자는 부진을 털고 일어나라는 당부였다.

김 감독은 “SK 선수들은 아마 내일 신문 보고서 알거야. 하지만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이런 얘기를 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 주위에 많을 것 같다. 그분들께 역경에 처해도 굳은 각오와 신념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4일 1001승째를 거뒀다.

그는 “1000승과 1001승은 차이가 없다. 그저 1승일뿐이다. 내일 또 1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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