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1)이 한화를 구했다. 후반기 들어 고작 1승밖에 건지지 못한 채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한화에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특히 상대는 한화를 0.5경기차로 턱밑까지 추격해온 5위 삼성. 그야말로 천금같은 승리였다.
류현진은 5일 대전 삼성전에서 선발 8이닝을 4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2승(6패)째를 올렸다. 다소 많은 6개의 4사구를 허용하며 수차례 고비를 맞았다. 또 무려 134구를 뿌렸다. 지난해 4월 24일 대전 LG전에서 9이닝 2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던진 132개를 넘어선 생애 최다 투구수.
그러나 후반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라 무리한 투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더군다나 주중 두산과의 잠실 3연전에서 이틀 연속 연장승부, 3일에는 사상 초유의 연장 18회 혈전을 치른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에이스 류현진이 이날 쉽게 마운드를 내려올 수는 없었다.
● ‘괴물’ VS ‘기록 제조기’
이날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한화가 2-1로 간신히 앞선 8회초. 이미 7회까지 121구를 던진 류현진이 다시 마운드로 올라왔다. 한계투구수에 다다랐지만 한화 벤치가 류현진을 그대로 마운드로 올린 이유는 삼성의 타순이 3번 양준혁-4번 최형우-5번 김창희였기 때문. 문제는 역시 양준혁. 전날 시즌 8호 아치로 개인통산 339홈런을 기록한 양준혁은 장종훈 한화 코치의 한국프로야구 최다 340홈런에 한개 차로 접근해 있었다. 이날도 1회 볼넷, 4회 중전안타, 6회 중견수 플라이로 류현진을 괴롭혔다.
류현진은 초구 139km 직구, 2구 140km 직구, 3구 115km 커브를 모두 바깥쪽으로 꽂았고, 볼카운트 1-2에서 142km짜리 몸쪽 직구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큰 산을 넘은 류현진은 최형우를 삼진, 김창희를 2루 땅볼로 잡고 임무를 완수했다.
● 진정한 에이스란?
베이징올림픽 결승 쿠바전에서 눈부신 역투로 금메달을 목에 건 류현진은 후반기 2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0일 대전 SK전에서 7이닝 5안타 2실점으로 팀의 4연패를 끊었다. 이날도 결국 힘겹게 삼성 타선을 잠재우며 다시 팀의 4연패를 끊었다. 류현진 덕에 3-1로 승리한 한화는 삼성을 1.5게임 차로 밀어내고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류현진 역시 다승 단독 3위, 탈삼진 단독 1위(121개)로 올라섰다. 류현진은 “‘너까지 지면 안된다’는 주변의 얘기에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이겨서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전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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