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준혁(39)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도 없는 새로운 이정표에 도전한다. 바로 최다안타와 최다홈런 동시석권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2000안타를 돌파한 그는 이미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안타제조기로 인정받고 있다. 8일 현재 2189안타를 기록 중이다.
○파워와 테크닉 갖춘 ‘독보적 괴물’
그런 그가 이제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 등극을 바라보고 있다. 통산 339홈런을 기록, ‘전설의 홈런왕’ 장종훈의 340홈런에 1개차로 다가섰다. 눈길을 모으는 것은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도 개인통산최다안타와 최다홈런을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개인통산 최다안타는 1963-86년 24년간 활동한 피트 로즈가 작성한 4256안타. 그러나 로즈는 통산 160홈런에 머물렀다. 개인통산 최다홈런은 86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762홈런을 기록한 배리 본즈. 본즈는 통산 2935안타를 기록해 역대 31위에 랭크돼 있다.
일본프로야구 최다안타 기록은 재일교포 장훈(59-81년)의 3085개다. 장훈은 통산홈런 504개로 역대 7위에 올라있다. 통산홈런은 왕정치로 알려진 오 사다하루(59-80)의 868개가 최고기록. 오는 통산 2786안타로 이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 ‘타격왕은 벤츠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격언이 있다. 예로부터 타격왕보다 홈런왕이 더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지만 한꺼풀 뜯어보면 타격왕과 홈런왕은 별개의 분야로 평가받는다고 볼 수 있다. 안타는 테크닉으로 만들어지며, 홈런은 파워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양준혁은 파워와 테크닉을 동시에 갖춘 ‘독보적 괴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즌 홈런왕은 한번도 못해 ‘미스터리’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양준혁은 93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단 한번도 시즌 홈런왕에 오르지 못하고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로 올라선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다홈런왕 중에 시즌 홈런왕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선수는 없다. 사상 최초 16년연속 두자릿수 홈런에도 2개를 남겨둔 양준혁, 그의 홈런왕 등극은 그래서 ‘꾸준함이 화려함을 이긴 특별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과연 세계에서 유일한 ‘안타왕-홈런왕’ 동시석권이 언제 이루어질까. 그는 “홈런은 치다보면 나오는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팬들은 그가 ‘칠 때마다’ 그의 묵직한 방망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번주 두산과 롯데를 상대로 대구에서 홈경기를 펼친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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