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후반기 페이스는 가히 경이롭다. 12경기서 11승1패-. 7연승 뒤 1패, 그리고 다시 4연승. 이 정도면 백전백승까지는 아니어도 ‘상승(常勝) 롯데’라 칭할 만하다. 2위 두산과는 불과 1경기 차라 얼마든지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릴 수 있는 흐름이다.
롯데가 후반기 돌풍의 팀으로 부상한 이유로는 역시 투타 전력의 동반 상승을 꼽을 수 있다. 상하위 타선이 가리지 않고 폭발하고, 선발과 마무리까지 마운드가 제몫을 100% 발휘하고 있다. ‘최강 SK의 한국시리즈 상대로는 롯데가 적격’이라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롯데가 8년만에 ‘가을잔치’에 출연해 1999년 이후 9년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눈에 드러나는 아킬레스건의 보완도 필수다. 올해뿐 아니라 향후 진정한 강팀으로 인정받으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기도 하다.
연승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에도 옥에 티처럼 도드라지게 보이는 롯데의 약점은 수비 실책과 주루 미스다. 타력과 투수력은 양대 축이라면 수비와 주루는 연결축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투쟁심, 덕아웃의 용병술이 어우러져야 최상의 전력을 자랑하는 챔피언으로 등극할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106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책을 무려 80개나 범했다. 최다 실책을 기록중인 히어로즈(81개)와는 불과 한개 차다. 더욱이 주루사는 무려 68개다. 8개 구단 통틀어 단연 톱이다. 2위 KIA(59개)보다는 9개나 많고, 한화의 34개와 비교하면 두배나 된다.
후반기 롯데의 유일한 패전경기였던 3일 사직 LG전은 본보기다. 2-3으로 아깝게 패한 이날 경기에서 롯데는 7회초 3루수 이원석의 실책이 빌미가 돼 한꺼번에 3실점했고, 8회말 조성환의 주루사로 동점 또는 역전 분위기를 순식간에 상실했다. 실책 2개를 범한 이튿날 경기에서도 11-9로 승리하긴 했지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경기 후 “최악의 경기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책과 주루사가 빈번한 이유는 아무래도 롯데가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의 선수들로 주력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특히 주루사는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 베이스 러닝’을 강조하는 로이스터 야구의 자연스런 부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승부의 흐름을 끊는 수비 실책과 주루사는 패배와 직결된다. 올 가을을 포함해 앞으로도 ‘부산 갈매기’가 ‘더 높이, 더 멀리, 더 오래’ 날기 위해선 수비와 주루에서도 강팀이 되어야 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