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일본 마쓰야마에 도착한 지난달 22일 금요일. 8개국 선수단이 모두 참석하는 ‘웰컴 파티’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짐을 풀고 있는 선수들에게 통역이 다가왔다. “선수소개 시간에 무대 위에서 팀별 장기자랑을 해야 합니다.” 모두가 당황했다. 금시초문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대충’은 용납되지 않았다. 황급히 두 조로 나뉘어 노래와 안무 연습에 돌입했다. 곡명은 박상철의 ‘무조건’. 짧은 시간 동안의 ‘집중 훈련’을 마친 한국 선수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파티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국 앞에 나선 다섯 나라가 모두 얌전하게 인사만 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우리도 하지 말까?’ 잠시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어느새 선수들 사이에 ‘우리는 첫 출전이니까 뭔가 보여주자’는 다짐이 퍼지고 있었다. 무대 위에 올라 인사를 하고,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반응? 가히 폭발적이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일본도 장기자랑을 준비했지만 한국 팀 만큼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마침 한국 남자야구는 불과 몇 시간 전 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참이었다. 일본 선수들 곁에 있던 통역이 한국 쪽으로 다가오더니 슬쩍 귀띔을 해줬다. 일본 선수들이 “역시 한국이 뭔가 보여주는구나. 역시 다르긴 다르다”며 수군거렸다는 얘기였다. 한국처럼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인도팀 단장도 직접 선수들을 찾아오더니 이렇게 외쳤단다.
“한국이 금메달입니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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