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었던 유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너무 힘들었다. 잘하려다 보니 집안과 가족에게 소홀해 좀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사의를 밝혔다’는 구단 보도자료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코트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사퇴 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계약 기간이 두 시즌이나 남은 유 감독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올 시즌을 대비해 전력을 다해 왔기에 구단과의 심각한 ‘갈등설’이 불거져 나왔다. 유 감독의 팀 운영 방식에 대한 구단 측의 지나친 간섭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KT&G가 대학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패하자 “어떻게 프로가 아마한테도 지느냐”며 다른 팀 임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유 감독처럼 중도 하차한 지도자는 자신이 떠난 이유를 놓고 함구하는 게 관례였다. 쓴 소리라도 했다가는 자칫 괘씸죄에 걸려 다른 구단으로 옮기는 데도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었다.
KT&G의 감독 교체를 둘러싼 잡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팀의 전신인 SBS 시절이던 1997 시즌 종료 후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김동광 감독을 갑자기 경질한 뒤 프로농구 최초의 감독대행으로 강정수 씨를 선임한 게 그 출발이었다.
2004년에는 정덕화 감독의 후임으로 예전에 내쳤던 김동광 감독을 다시 영입하더니 KT&G가 인수한 뒤 다시 김 감독을 시즌 도중 경질하고 김상식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켰다. 그로부터 40여 일 만에 LG 코치로 있던 유도훈 감독에게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맡겼다. SBS와 KT&G를 합쳐 역대 프로농구 최다인 9차례의 감독 교체.
팀을 이끌어야 될 감독이 자주 바뀌다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성적이 제대로 날 리 없었다. KT&G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적도 없다.
KT&G는 카이츠(연)를 팀명으로 삼아서인지 바람 잘 날이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풍파가 팀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데 있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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