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감독은 “안녕하십니까”하고 첫 마디를 꺼낸 뒤 “어쩌다 저희가 고춧가루부대가 돼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전날 게임에서 LG가 한화에 승리를 거두며 갈길 바쁜 한화의 뒷덜미를 잡은게 마음에 걸렸던 듯. 그러면서 복잡한 틈을 비집고 김인식 감독 옆 자리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짧은 순간, 딱히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김인식 감독은 웃으면서 “고춧가루는 무슨…”이라며 옆자리에 앉은 김재박 감독의 등을 다정스레 두드렸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잠시 김재박 감독이 한화 더그 클락의 상태를 물었고, 김인식 감독이 “무릎이 좋지 않다”고 답했을 뿐. 그게 다였다.
엉덩이를 나란히 하고 앉은 시간은 제법 됐지만 둘 사이에 오고간 대화는 거의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났을 때 김재박 감독은 “수고하십시오”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김인식 감독도 “어, 수고해”라며 가는 이를 붙잡지 않았다.
두 사람은 ‘침묵의 대화’를 즐기는 듯 했다. 그 침묵의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잠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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