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목에 걸고 눈물 펑펑”
역시 환한 미소였다.
태릉선수촌에서 홀로 훈련 중인 베이징 올림픽 역도 국가대표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은 웃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다리 부상으로 쓰러진 뒤에도 빛나던 ‘백만 불짜리 미소’ 그대로였다.
“전날 행사 때문에 훈련을 하지 못했어요. 못한 훈련하느라 남들 쉬는 날에 훈련하네요.”
○ 미소 천사도 울 때가 있다
미소만 지을 줄 알았던 그는 얼마 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스포츠정신을 보여준 올림픽 선수들에게 주는 ‘네티즌 금메달’을 받았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국민이 그에게 주는 귀중한 금메달이었다.
메달을 받은 날 그는 이형근 남자대표팀 감독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 감독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감독님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꼭 걸어드리고 싶었어요.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감독님에게 걸어 드리는 순간 눈물이 마구 흐르더군요.”
그는 이 감독과 13년간 선수생활을 함께했다. 그동안 그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비롯해 항상 2위에만 머물렀다. 이번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걸어 드리고 싶은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값진 ‘금메달’이었다.
○ 그의 본능이 바벨을 놓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 당시 넘어지면서도 바벨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 장면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회자됐다. 바벨을 놓지 않은 것은 메달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저도 TV를 보고 나서야 바벨을 놓지 않았던 것을 알았어요. 더군다나 제가 바벨에 끌려가고 있었어요. 그냥 제 마음에 내재된 본능인 것 같아요.”
당시 생전 처음으로 난 쥐 때문에 그는 당황스러웠다. 의사가 다가와 ‘경기를 할 수 있나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금방 나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뒤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어요.”
관중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 그는 고함을 질렀다. 실격의 아픔을 바로 그 자리에서 털어버리기 위한 의식된 행동이었다.
○ 13년간 정든 태릉선수촌을 떠나다
다음 달 열리는 전국체전이 끝난 뒤 그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각종 행사와 방송 출연 등으로 집에 들어간 날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아내의 볼멘소리도 들을 법하다.
“낚시도 하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아내와 아들 민혁이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어요.”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가 만든 인터넷 역도동호회 사이트(club.cyworld.com/lifterworld)에는 올림픽 전 400명이던 회원이 3배인 1200명으로 불어났다.
이제 그는 올해를 끝으로 태릉선수촌을 떠난다. 1996년에 들어온 이래 13년간 내 집처럼 보낸 곳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10대에 들어와 어느새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네요. 오래 생활한 만큼 그동안 쌓인 짐을 옮길 생각에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하하.”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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