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능 확인한 순간 운동 못할까 철렁”

  •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44분


프로농구 최고령 이창수, 간염 병마 딛고 코트 복귀

“벌써 불혹… 유종의 미 거두고 유니폼 벗고 싶어요”

어느새 눈앞에 온 불혹의 나이.

그래도 코트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릴 때 큰 희열을 느낀다.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 이창수(39·모비스·사진).

1969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이 된 그는 지난달 피로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간 기능 검사 결과 40 이하가 정상인 치수(GPT)가 29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B형 간염 보균자다. 1996년 우연히 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3년 동안 쉬면서 별의별 노력을 기울인 끝에 다시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간 치수가 300 가까이 오른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더는 운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어요.”

3주 정도 쉬면서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한 이창수는 간 치수가 100 정도로 내려가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당초 참가 여부가 불투명하던 해외 전지훈련에도 후배들과 동참할 수 있게 돼 1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도착 후 여독이 풀리기도 전인 11일부터 훈련에 들어간 이창수는 “오래 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가올 시즌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 비행기에서 10시간 넘도록 한잠도 못 잤다”며 웃었다.

병마를 극복한 이창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려 국내 선수들에게는 기피 포지션이 된 센터로 11시즌째 코트를 지키고 있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2006∼2007시즌 모비스가 통합 챔피언에 오르는 데 기여해 역대 최고령인 37세 10개월의 나이로 챔피언반지를 끼기도 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50경기나 소화했다. 술 담배를 전혀 안 하고 고참인데도 훈련할 때 요령 한 번 피우는 일이 없을 만큼 철저한 자기관리가 장수의 비결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회춘소년’일까.

다음 달 개막되는 올 시즌이 이창수에게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떠날 때를 잘 알아야죠. 지난 시즌에는 악재가 워낙 많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유니폼을 벗고 싶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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