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롯데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이 특별하고 풍성한 한가위 선물을 예약했다. 롯데가 8년 만의 4강을 확정하는 순간 거액의 보너스를 손에 쥔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11월 롯데와 총액 75만달러(계약금 25만달러·연봉 각 25만달러)에 2년 계약하면서 4강 진출에 따른 옵션을 포함시켰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봉에 버금가는 거액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2억8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고 있으니 보너스 액수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가 외국인 감독 영입과 함께 내민 비장의 카드였다. 국내 감독 중 가장 몸값이 비싼 한화 김인식 감독과 LG 김재박 감독은 올해 나란히 3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 감독들은 계약서 자체에 옵션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포스트시즌 혹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구단에서 나눠주는 포상금을 받는 게 전부다.
로이스터 감독은 계약도 철저히 외국 감독들의 방식대로 한 셈이다. 로이스터 감독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일본 지바롯데의 보비 밸런타인 감독도 계약서에 다양한 옵션 조항을 추가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영입을 제안할 경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밸런타인 감독의 추천으로 롯데와 인연을 맺은 로이스터 감독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의 고위 관계자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서로 옵션 내용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다”면서 “거액을 들여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이상 4강 진출 정도는 당연히 바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또 2년 내에 옵션을 달성할 경우 구단과 2010 시즌 재계약을 논의하기로 돼 있다. 부임 첫 해 4강 진출을 이뤄낸다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 분명하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 역시 로이스터 감독의 옵션에 대해 알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자신감을 되찾은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전망이 밝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14승1패(0.933)라는 기적같은 승률로 마침내 2위 자리를 탈환했다. 11일 현재 4강 ‘매직넘버’는 6. 앞으로 남은 17경기에서 6번만 이기면 다른 팀 결과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다. 롯데가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추석 3연전을 모두 잡는다면 4강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다. 게다가 ‘미국의 추석’이나 다름없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포스트시즌이 끝나는 11월에 찾아온다. 로이스터 감독에게는 여러모로 풍요로운 가을이다.
사직= 배영은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