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전준호 ‘투혼의 2000안타’

  • 입력 2008년 9월 12일 08시 15분


두번의 은퇴위기 넘고 첫 안타후 6370일만에 대기록

히어로즈 전준호(39)가 롯데 손민한의 4구째 투심패스트볼(137km)을 가볍게 밀어쳤다.

11일 사직 롯데전 3회초 2사 후였다.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고, 프로 데뷔 후 2000번째 안타가 됐다. 천천히 1루에 멈춰선 전준호의 시선은 양 팀 덕아웃과 관중석을 차례로 훑었다.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준호! 전준호!” 한 때 그의 고향이었던 사직구장에 이름 석자가 크게 울려퍼졌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게 솟아올랐지만 한 손을 들어 답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전준호는 경기 후 “짧은 시간 동안 야구를 해온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이날 전준호는 사상 최초로 통산 2000경기-2000안타 클럽에 가입했다. 2000안타는 지난해의 양준혁(삼성)에 이어 두 번째지만 출장과 안타를 모두 달성한 선수는 전준호가 유일하다. 스스로 “내 야구 인생의 목표였다”고 했던 2000안타를 치기까지는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1991년 4월5일 이후 총 6370일이 걸렸다.

대기록은 늘 위기를 극복한 후에 나오는 법이다. 전준호도 그랬다.

전신 현대 시절, 2005 시즌을 타율 0.266으로 마감하자 그가 세대교체 1순위로 거론됐다. 다음 시즌 주전자리를 보장받지 못했고, 은퇴까지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그 때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00번째 안타를 치겠다”고. 그래서 목적지만 바라보고 달렸다. 2007 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전력에서 제외될 뻔 했지만 이번엔 당시 새로 부임한 김시진 전 감독이 기회를 줬다. 그는 김 전 감독을 ‘은인’이라 불렀다.

데뷔 후 여섯 시즌을 보낸 옛 홈구장에서 대기록을 작성한 것도 행운이었다. 아직도 부산에는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주장 조성환을 필두로 한 롯데 선수단은 전준호의 기록 달성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자 직접 구단에 꽃다발 준비를 부탁했다. 전준호는 “사직구장에서 선수생활 중 가장 의미있는 순간을 보내고 가는 것 같아 기쁘다”면서 “지금까지 후원해준 팬들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꼭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전준호에게는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베푸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희망만이 남았다.

송진우(한화), 양준혁(삼성)과 ‘2000 클럽’을 만들어 뒤를 잇는 후배들을 축하해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올 시즌 타율 3할을 치고 있는 그는 “시즌을 마치면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직=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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