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회엔 농구로 출전… 종목 바꿔 꿈 이뤄
“힘들게 운동한 동료들이 많은데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죄송합니다.”
12일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 사격 혼성 50m 권총 결승에서 우승한 박세균(37·청주시청)의 소감은 뜻밖이었다. 그는 예선에서 552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본선에서도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92.9점을 기록해 합계 644.9점으로 세계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전 기록은 안드레이 레베딘스키(러시아)가 1998년에 세웠던 641.2점. 같은 종목 이주희(36)는 630.1점으로 은메달을 보탰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9년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그는 처음 휠체어 농구에 소질을 보였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휠체어 농구 선수로 출전했지만 사격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종목을 바꿨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지만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24명으로 구성된 ‘톱팀’에 소속돼 대회 150일 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해 왔다.
충북에서 사격을 가르치고 있는 임연주(30) 씨와 교제하고 있는 박세균은 “대회 첫날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7위에 그쳤는데 이후 여자친구가 전화로 많은 격려를 해 준 게 큰 힘이 됐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청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격은 이날까지 금 4, 은 3, 동메달 2개를 따 최고의 효자 종목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박건우-정호원 보치아 2인조 우승… 사이클 진용식 銅▼
9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박건우는 동메달리스트 정호원(22)과 짝을 이뤄 스페인을 8-1로 꺾었다. 1엔드에서 3-0으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2엔드에서 1점을 내줬지만 3엔드에서 4-1로 점수 차를 벌렸고 마지막 4엔드에서 4점을 보태 낙승했다.
보치아는 흰색 공을 표적으로 하나 던져 놓고 양쪽 선수가 빨간색 또는 파란색 공을 6개씩 던지거나 굴려서 상대보다 표적에 가까이 간 공에 1점씩 줘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언뜻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공을 굴릴 때마다 꼼꼼한 작전이 필요하다.
대회 첫날인 7일 사이클 남자 개인 독주 30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진용식(30·나사렛대)은 도로 24.8k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