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 못다 한 이야기]<14·끝>허들 이정준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0분


‘큰물’서 겨뤄봐야 클 수 있어

제 돈 들여서라도 떠날 겁니다

‘하면 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에서 사상 처음 2회전에 올랐던 이정준(24·안양시청)은 희망이란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다. 육상 선진국 선수들처럼 하면 충분히 결승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황색 탄환’ 류샹이 훈련한 중국 상하이에서, 올해 초엔 일본에서 훈련을 해봤는데 역시 육상 강국은 달랐다. 기본 기술을 중시하면서 대회를 많이 뛴다.”

더 나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과의 경쟁이 기록 단축의 관건이었다. 이정준은 올림픽 2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13초55의 한국기록을 세웠다. 이 때문에 이정준은 10월 전국체전이 끝나면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전담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가능한 한 많은 대회를 뛰며 경험을 쌓고 싶기 때문이다. 또 세계 육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한국 육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해외에서 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중국도 일본도 자비로 유학을 갔다 왔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지원한 것은 촌외 대표선수에 대한 일당이 전부. 개인 돈 4000만 원 이상을 쓰면서 깨달은 게 ‘큰물’에서 겨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엔 육상연맹의 지원을 받고 싶지만 안 되면 또 자비로라도 나갈 계획이다. 그래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소속팀 강태석 코치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단거리 대표선수 출신 강 코치는 단거리에서 어떻게 해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지를 알고 저를 해외로 내보냈습니다.”

사실 국내에선 기록 단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돼 있다. 경쟁할 상대도 없지만 뛸 수 있는 대회도 적다.

2006년부터 3세 연상의 여자 허들간판 이연경(27·울산시청)과 사귀고 있는 이정준은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1 대구세계선수권, 그리고 2012 런던 올림픽까지 차근차근 준비해 꼭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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