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체육관 문제로 2008-2009 시즌 개막일을 변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WKBL은 10월 3일 시즌 정규리그 개막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KB국민은행의 홈구장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개막전이 예정됐지만 천안시가 체육관 대관을 불허, WKBL은 개막전 날짜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천안시가 여자프로농구 개막전 대관을 불허한 이유는 10월 3일 천안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질 예정인 천안흥타령축제를 우천시 체육관으로 옮겨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천안시가 여자프로농구 개막전 대관을 불허하는 진짜 이유는 남자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과 여자프로농구 KB국민은행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겨울 시즌 체육관을 단독으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천안시에 요청했다. 일부 언론에서 현대캐피탈이 100억원대의 거금을 들여 체육관 보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천안시 입장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엄청난 액수를 들여 시설을 보수한다면 단독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KB국민은행과 천안시의 협약 내용이다. 천안시는 2005년 현대캐피탈이 천안으로 연고지를 정할 때 KB국민은행과 “체육관 공동 사용시 우선권을 KB국민은행에 주고, KB국민은행의 경기 일정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캐피탈의 강력한 요구에 고민에 휩싸인 천안시는 지난주 시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체육관 사용문제를 최종 결론내릴 계획이었다. 공동 사용 혹은 어느 한 구단이 천안을 떠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천안시는 KB국민은행의 단장 등 고위급 관계자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시조정위원회를 연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월 3일 KB국민은행에 대관을 허용하면 현대캐피탈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자 천안시가 여자프로농구의 대관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는 체육관 공동 사용도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천안시가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1년부터 사용한 연고지를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 좋은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