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다문 ‘대장 독수리’ 내 탓이오! 내 탓이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8시 28분


한화 김인식 감독(사진)은 16일 롯데전에 앞서 방송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다. 평소 매스컴에 배려를 아끼지 않던 김 감독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담당 기자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기자들이 몰려들면 김 감독은 잠시 덕아웃에 앉아 있다 슬그머니 감독실로 들어가 두문불출했다. 17일까지 2연전 내내 그랬다.

김 감독은 농담을 섞어 “올 시즌까지 (경기 전) 인터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도 “이런 때는 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되는 것 아냐?”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을 패하고도 동요하지 않던 김 감독이 촌철살인 화법을 거두어들인 배경엔 아무래도 후반기 한화의 한심스런 경기 내용과 무관하지 않을 터. 16일까지 한화의 후반기 성적은 4승15패. 전반기를 승차 없는 2위로 마쳤건만 뭐에 홀린 듯 5위까지 떨어졌다.

에이스 류현진이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 투입되는 바람에 후반기 롯데와의 개막 3연전에서 등판시키지 못한 게 뼈아팠다. 18이닝 연장전 패배를 포함해 3번의 연장을 모조리 패한 것도 한스럽다.

마운드와 타선이 도미노로 붕괴되는 데 당대의 전략가인 김 감독도 역부족이었다. 한화 감독 취임 이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기에 허탈감은 더 크다. 어려운 전력에도 특유의 안목으로 중고선수 재활용, 신인 육성, 용병 발굴로 난국을 타개한 김 감독이지만 이번 만큼은 불가항력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코치나 선수를 질책하지 않고, 자신이 뒤로 물러서는 리더십을 선택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 탓하지 않는 김 감독식 무언의 꾸중이라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왜 김 감독 밑에서 뛰고 싶어 하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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