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농담을 섞어 “올 시즌까지 (경기 전) 인터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도 “이런 때는 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되는 것 아냐?”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을 패하고도 동요하지 않던 김 감독이 촌철살인 화법을 거두어들인 배경엔 아무래도 후반기 한화의 한심스런 경기 내용과 무관하지 않을 터. 16일까지 한화의 후반기 성적은 4승15패. 전반기를 승차 없는 2위로 마쳤건만 뭐에 홀린 듯 5위까지 떨어졌다.
에이스 류현진이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 투입되는 바람에 후반기 롯데와의 개막 3연전에서 등판시키지 못한 게 뼈아팠다. 18이닝 연장전 패배를 포함해 3번의 연장을 모조리 패한 것도 한스럽다.
마운드와 타선이 도미노로 붕괴되는 데 당대의 전략가인 김 감독도 역부족이었다. 한화 감독 취임 이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기에 허탈감은 더 크다. 어려운 전력에도 특유의 안목으로 중고선수 재활용, 신인 육성, 용병 발굴로 난국을 타개한 김 감독이지만 이번 만큼은 불가항력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코치나 선수를 질책하지 않고, 자신이 뒤로 물러서는 리더십을 선택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 탓하지 않는 김 감독식 무언의 꾸중이라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왜 김 감독 밑에서 뛰고 싶어 하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관련기사]SK 3연승 KS직행 잰걸음…롯데 잡은 한화 ‘4강 불씨’
[관련기사]윤석민 “광현아 살살 던져…방어율 1위는 내 거야”
[화보]한화 클락 ‘부활 만루포’…롯데 제압, 5연패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