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조범현 그들의 가을도 치열하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8시 31분


남들처럼 가을잔치를 염두에 둔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지만 두 사령탑의 머릿속은 그 누구보다 복잡했다.

17일 목동에서 열린 KIA-히어로즈전. 전날에는 아예 TV 중계마저 외면했고 이틀간 스탠드를 찾은 팬들도 예전에 비해 훨씬 줄었다. 두 팀 모두 이미 4강권에서 멀찌감치 물러난 상태. KIA의 경우 최희섭 장성호 윤석민에 이어 17일 이용규까지 1군에서 제외되는 등 여러 가지 맥빠진 분위기도 이같은 ‘무력함’을 더 키웠지만 양 팀 사령탑만은 달랐다. 올 시즌 내내 기동력 부재로 골머리를 앓았던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시즌 후 발빠른 두세명을 발굴하는게 중요하다”면서 “방망이와 발은 동급이다. 빠른 선수를 찾아내고 아니면 구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는 구단 매각이다 뭐다해서 시즌 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털어놓으면서 “10월 초 시즌이 끝나고 나면 하루이틀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강훈련에 들어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장들에게는 어느 정도 휴식을 주겠지만 10월 말까지는 SK 등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팀의 스파링파트너 역할을 하고 가을잔치가 끝나면 곧바로 제주 강창학구장에 캠프를 차리겠다고 덧붙였다. 평소 사람 좋은 미소를 자랑하는 이 감독이지만 이런 계획을 밝힐 때는 결연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불안한 구단사정까지 겹쳐 그의 표정은 더욱 진지하게 다가왔다.

시즌 전 유력한 4강 후보로 꼽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KIA 조범현 감독 역시 내년 전력을 그리면서 복잡한 얼굴이었다. 조 감독은 최근 4강 진입이 물 건너 가자 그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최희섭 장성호 등을 잇달아 1군에서 제외하며 2군 선수들을 기용해 보는 등 여러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올 시즌 부진 이유를 찾고 내년 시즌 똑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젊은 투수진에 비해 선수층이 얇고 노쇠화한 내야진을 어떻게 꾸려야할지,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를 벌써부터 염려하고 있다. 비록 4강에 오르지 못해 주목 받지 못하지만 두 사령탑의 마음은 이미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목동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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