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4번타자다. 두산 김동주(32)가 2위 자리를 탈환하는 천금같은 결승포를 뿜어냈다. 5-5로 맞선 19일 사직 롯데전 연장 10회초 1사 후. 김동주는 롯데 구원투수 최향남의 3구째 몸쪽으로 낮게 들어오는 직구(139km)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18호포이자 올 시즌 들어 열여섯 번째로 때려낸 결승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때려낸 홈런이었다. 3-1로 두 점 앞선 8회말 무사 1·2루. 김동주는 롯데 이인구의 번트 타구를 잡은 포수 최승환의 송구를 받기 위해 3루로 달려갔다. 하지만 공은 글러브 끝에 맞고 뒤로 빠졌고, 그 와중에 주루방해까지 선언돼 한 점을 헌납했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승부를 결국 뒤집었다. 9회초 유재웅이 극적인 동점 2점포를 쏘아올리지 않았다면 끝내 고개를 떨군 채 돌아서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김동주에게 기회가 왔고, 자존심을 살리는 한 방이 터졌다. 김동주는 “내가 에러를 해서 쉽게 이길 경기를 역전까지 허용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다행히 팀이 이겨서 너무 좋다”면서 “최향남 선배가 계속 직구로 승부를 걸어왔기에 몸쪽 직구를 예상하고 기다린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
한 목소리로 롯데를 응원하는 3만 관중의 함성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우리 팬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다만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신경을 썼다”고 했다. 또 “큰 것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많이 출루하고 살아나가는 게 나와 팀에 모두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일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주는 이 홈런에 힘입어 8개 구단에서 가장 결승타를 많이 친 선수가 됐다. ‘클러치 히터’ 김동주의 강점을 드러내는 수치다. 또 8회 2사 후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프로 통산 15번째 700 4사구 고지를 밟았다. 김동주는 “포기하지 않고 후배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내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의지를 다졌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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