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신동’은 살아 있었다. 잠시 사라졌을 뿐이었다.
김대섭(24·삼화저축은행)이 3년 만에 정상에 섰다.
김대섭은 21일 강원 횡성군 오스타골프장 남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중국 골프투어 KEB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김대현(20·동아회원권)을 연장 접전 끝에 눌렀다.
김대섭은 고교 2학년이던 1998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해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200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다시 한국오픈 제패. 프로에 데뷔한 이듬해에도 한국프로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김대섭은 2005년 한국프로골프선수권에서 프로 통산 3승째를 거둔 뒤 2006년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올 시즌 도중 스폰서 계약마저 끊겼지만 9월 삼화저축은행과 계약을 하며 재기를 노려 왔다.
5타 앞선 1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대섭은 5번홀(파4) 트리플 보기, 14번홀(파4) 더블 보기 등 잇단 실수로 17번홀까지 5타를 잃으며 흔들렸다.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먼저 경기를 끝낸 김대현에게 1타 뒤졌던 김대섭은 18번홀(파5)에서 1.2m 버디 퍼트에 성공해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은 김대섭은 김대현의 버디 퍼트 실패로 우승이 확정되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대섭은 “지난 3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부진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정도였지만 이제 슬럼프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