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에서 출간된 ‘머니볼’이라는 베스트셀러 서적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빌리 빈(46) 단장이 재정난을 딛고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린 비결을 담은 책이었다.
빈 단장은 ‘투자가 결과를 말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저비용 고효율’을 주창하며 통계에 따른 선수 평가 시스템과 활발한 트레이드 등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성공 사례를 ‘무늬만 프로’에 가까운 국내 프로농구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르겠지만 종목과 환경을 떠나 스포츠 구단을 이끄는 단장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메이저리그처럼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단장의 역할은 크다. 이사회를 통해 선수 선발과 경기 규칙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최근에는 KBL 총재를 낙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권한을 누릴 만큼 전문성을 지녔는지는 의문이다.
빈 단장은 1980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뉴욕 메츠에 지명된 뒤 6시즌을 뛴 빅리거 출신이다. 그는 1997년 단장이 돼 11년째 일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장기 계약을 했다.
반면 국내 프로농구 단장은 스포츠와 무관한 인사가 대부분인 데다 몇 개월 만에 교체되는 일도 허다하다.
모기업에서 인사, 홍보 등의 업무까지 하는 겸임 단장에게 농구단은 귀찮은 가욋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어떤 전임 단장들은 팀 성적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무리한 간섭으로 선수단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지나친 구단 이기주의를 앞세워 KBL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김영수 전 KBL 총재는 “재임 기간 단장을 상대하는 일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달 초 3년 임기에 들어간 전 총재의 ‘머니볼’ 선물에는 국내 코트에 빈 단장과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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