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펜 든 양준혁 “또 이승엽이야?”

  • 입력 2008년 9월 25일 08시 43분


“또 이승엽이야?”

양준혁은 24일 롯데전을 앞두고 대구구장 덕아웃 옆 불펜쪽 의자에 앉아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자 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양준혁과 팬들은 그물 하나로 갈라져 있었지만 대구구장 펜스가 낮아 바로 얼굴을 맞댈 정도로 가까운 거리.

한 팬이 삼성의 올드유니폼을 그물 사이의 틈새로 건네면서 사인을 요청했다. 양준혁은 밝은 표정으로 유니폼을 펼쳐들고 펜을 잡았다. 그런데 아뿔싸. 등번호 ‘36’과 ‘이승엽’이 적혀있는 게 아닌가.

양준혁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그 팬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 팬은 “양준혁 선수 유니폼은 제가 직접 입고 있습니다”라며 뒤로 돌아 자랑했다.

빙그레 웃으며 이승엽 유니폼에다 정성스럽게 사인을 하던 양준혁은 과거 일화 한토막을 들려줬다. 어느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한 아저씨가 자신을 쳐다보더니 가까이 다가오더라는 것. 그런데 그 아저씨가 한 말은 “이승엽 선수 반갑습니다”였다고.

얘기를 이어가던 중 한 여학생 팬이 휴대폰을 그물 사이로 건네며 겉면에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무릎팍도사 잘 봤어요. 또 나오세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양준혁은 “무릎팍에 출연한 지 1년도 다 돼 가는데. 야구는 기억 안나고 그런 것만 기억나나?”라며 입맛을 다시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젠 무릎팍 안나가∼” 이렇게 무릎을 탁탁 쳤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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