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쥐꼬리-지위는 일용직 체육지도자 위상 개선 목소리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연봉 7000만 원을 1억 원으로 올려달라는 게 아닙니다. 기본 인권의 문제입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학교 운동경기부 지도자의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 방안’ 공청회.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엘리트 선수 지도자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발의를 계기로 열린 이날 공청회엔 200여 명의 현장 지도자가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박영옥 체육과학연구원 박사의 발제를 시작으로 박희근 교육과학기술부 학생건강안전과장과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 등 실무 부처 및 현장 관계자들의 토론으로 이어진 이날 공청회의 결론은 ‘지도자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었다. 법적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엘리트 체육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나온 현장 지도자들의 현실은 처참했다. 평균 월 130만 원을 받는데 이것저것 빼면 실제로 받는 임금은 111만 원이고 85만 원이 안 되는 지도자도 많았다. 지위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용직’이었다.

전북의 육상 전담코치 박정하 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기천만 원씩 받으면서 더 달라는 게 아니다. 맘 놓고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게 최소한의 처우와 지위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사상중 육상부 코치인 조명래 씨는 “성적만 중요시하고 열악한 지도자의 현실을 무시하는 학교 체육의 현실은 결과적으로 아이와 학부모는 물론 국민까지 망친다”고 성토했다. 지도자가 살아남기 위해 성적에만 매달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나오고 선수들은 그런 풍토 속에서 죽어간다는 얘기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7위를 한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의 영광 뒤엔 너무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날 공청회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강 의원의 말처럼 한국 스포츠 지도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공개적으로 인식하는 첫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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