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5·에티오피아)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3회 베를린마라톤 남자부 레이스에서 2시간3분59초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자신이 갈아 치웠던 종전기록(2시간4분26초)을 1년 만에 27초나 앞당겼다.
100m를 17.63초에 달리는 페이스로 42.195km를 주파한 셈이다.
대회 사상 첫 3년 연속 우승한 게브르셀라시에는 육상 트랙 장거리에서 무려 26차례나 세계 기록을 경신한 ‘철각’.
그는 지난달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현지 공기가 나빠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마라톤을 포기하고 대신 1만 m에만 출전했으나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주 전만 해도 종아리 근육 이상으로 제대로 훈련도 할 수 없었던 게브르셀라시에는 “날씨, 레이스, 관중 등 모든 게 완벽했다, 정말 행복하다. 베를린은 행운의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에티오피아의 10남매 가정에서 태어났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농장 길을 헤치며 10km를 달려 등교했던 그에게는 달리기가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 유일한 희망이었다.
1992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5000m와 1만 m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선수권에서 1만 m 4연패의 신화를 썼으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런던 마라톤에 처음 출전해 2시간6분35초(3위)를 기록하며 마라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그는 1만 m를 통해 다져진 스피드를 앞세워 기록을 단축해 나갔다. 지난해 베를린마라톤에서 폴 터갓(케냐)이 이 대회에서 수립한 세계 최고 기록(2시간4분55초)을 4년 만에 경신하기도 했다.
베를린의 코스는 표고차가 거의 없고 양질의 아스팔트 노면, 선선한 날씨 등으로 기록 탄생의 산실로 알려져 왔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2시간 벽이 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옛 소련에서는 1시간50분대까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적도 있어 앞으로 마라톤 스피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회 2위는 제임스 크왐바이(2시간5분36초), 3위는 찰스 카마티(2시간7분48초·이상 케냐)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