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승81패로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3위로 시즌을 마감,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추신수는 ‘몬스터 시즌’을 보냈다. 94경기에서 98안타(타율 0.309) 14홈런 66타점 68득점. 비록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후반기 성적은 올스타급’이란 게 현지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왼 팔꿈치 재활을 거쳐 6월 1일에야 빅리그로 승격, 지각 출발했으나 홈런을 제외한 안타-타점-득점에 걸쳐 최희섭을 넘어 역대 한국인 빅리거 단일시즌 최고 성적을 올렸다. 클리블랜드 웨릭 웨지 감독은 올 시즌 잘 됐던 일로 에이스 클리프 리, 유격수 조니 페랄타와 더불어 추신수를 꼽았다. 추신수에 대해 웨지는 “부상 회복 이래 계속 꾸준했고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OPS는 메이저리그 ‘빅 4’
메이저리그는 OPS(출루율+장타율)란 통계를 굉장히 중시한다. 스포츠케이블 ESPN은 경기중계시 타율-홈런-타점 외에 OPS를 함께 내보낼 정도다. ESPN 간판 칼럼니스트 롭 네이어 같은 OPS 신봉자들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상대적으로 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단타를 많이 칠 뿐 출루율과 장타율이 낮아 결과적으로 득점 공헌도가 빈약하다’는 관점이다.
추신수도 이치로와 유사 스타일의 이미지로 비쳐지지만 후반기 데이터는 이를 반박하고도 남는다. 추신수 후반기 OPS는 1.043이었다. 같은 기간 추신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 타자는 매니 라미레스(1.209), 마크 테셰라(1.110), 앨버트 푸홀스(1.100)가 전부였다. 전체 랭킹 4위 추신수 OPS는 카를로스 델가도(1.016)를 능가했다.
○타점 머신
‘파이브 툴’을 겸비한 추신수는 OPS까지 충족시키며 고전야구와 ‘머니볼’을 두루 만족시키는 이의 없는 완벽한 선수로 거듭났다. 더 놀라운 점은 고전야구가 중시하는(머니볼은 그 실체 자체를 부정하지만) 클러치 능력까지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추신수는 9월 출전한 24경기에서 23타점을 올렸다. 후반기 타점만 46개인데 이 기간 팀 내 전체 1위다. 시즌 전체를 봐도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630타수 90타점. 추신수(317타수 66타점)의 킬러 본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밖에 우투수와 좌투수, 홈과 원정경기 타율과 OPS 편차도 크지 않아 ‘에브리데이 플레이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도루(4개)가 적었지만 수비 범위나 어깨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치로 류’에서 중장거리형으로 빅리그가 원하는 외야수 모델로 진화한 추신수의 2008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