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5푼 김현수“원래 목표는 홈런타자”

  • 입력 2008년 9월 30일 08시 46분


“원래 제 목표는 홈런타자였다니까요.”

의외의 하소연이었다. 타율 0.359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김현수가 “타격왕보다는 두자릿수 홈런을 치는 게 더 좋다”니.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테지만 스스로에게는 절실한 소망이다. 하긴 그랬다. 김현수 얘기만 나오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김경문 감독도 “저 힘에 두 자릿수 홈런은 쳐야 하는데 말이야”라며 아쉬움을 삼키곤 했었다.

화끈한 공격야구를 추구하는 김 감독은 지난해 김현수의 당당한 체격과 남다른 파워에 반해 김동주의 뒤를 이을 차세대 거포로 낙점했었다. 하지만 김현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홈런수 대신 타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3할5푼을 치는 타자에게 어떻게 홈런을 더 치라고 주문하겠나”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김현수에게도 홈런은 ‘숙원’이었다는 사실. 올 시즌 홈런 9개를 친 김현수는 “어릴 적부터 이승엽, 김동주 같은 홈런 타자들에 열광했다. 타율에 신경 쓰느라 홈런을 못 치는 게 아니라, 치고 싶어 죽겠는데 기술이 부족해서 안 되는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홈런을 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할 정도니 영 엄살은 아닌 모양.

그럼 내년 목표는 단숨에 20홈런일까? 그렇지 않다. 첫 술에 배 부르려다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계획은 이렇다. “일단 내년에는 3할대 초반을 치면서 15개로 늘리고, 그 다음 해에 20개, 그 다음에 25개…. 이렇게 나가야죠.” 그러고보니 일주일 전 김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홈런 많이 치는 타자들이 부러워요!”라는 김현수의 절규를 절대 흘려들을 게 아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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