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타이거 우즈(미국)의 공백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울상을 짓고 있지만 선수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비제이 싱은 29일(한국시간) 끝난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22위로 경기를 끝냈지만 페덱스컵 포인트 1위에 올라 보너스 상금 10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황제가 없는 투어에서 ‘깜짝 황제’로 등극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4개 대회를 열어 가장 높은 포인트를 쌓은 선수에게 10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준다.
작년 첫 대회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그 주인공이었다.
싱은 시즌 초 극도로 부진했다. 7월까지 1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 없이 준우승만 두 차례 기록하는데 그쳤다. 컷오프도 3번이나 당했고, US오픈에서는 공동 65위에 그치는 등 체면을 구겼다. 8월에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며 잠시 제 모습을 찾는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이어진 두 번의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또 다시 컷오프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싱의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10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싱은 플레이오프 시리즈 첫 번째 대회인 바클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페덱스컵 포인트 1위로 내달렸다. 내친김에 두 번째 대회인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우승트로피까지 쓸어 담으면서 일찌감치 보너스 상금 10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8개월 동안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싱은 단 6주 동안 치러진 4번의 대회에서 확실한 제 모습을 찾으며 돈방석에 앉았다.
콜롬비아 출신의 ‘핸섬가이’ 카밀로 비예가스도 우즈의 부재에 콧노래를 불렀다. 페덱스컵에서 4개 대회 중 2개 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며 6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었다. 우즈가 있었더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비예가스는 투어 데뷔 4년 동안 벌어들였던 상금보다 올 시즌 거둬들인 상금이 2배 이상 많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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