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스가 맨유에 있었던 6년 동안 퍼거슨과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인스는 통치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관철하려는 스타일인데다 다혈질이다. 이런 그가 역시 다혈질인 퍼거슨과 부딪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다.
퍼거슨은 인스가 리버풀에서 뛰던 시절에는 그를 ‘빅 타임 찰리’라고 비꼬기도 했는데 이는 나중에 맨유의 1999년 트레블을 기념하는 영화에도 등장하기도 했다. 빅 타임 찰리란 항상 주위의 시선과 관심을 자신만이 받기를 원하고 다른 구성원이 자기를 위해서만 존재하기를 바라는 이기적이며 오만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결국 퍼거슨은 인스를 1995년 인터 밀란에 150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방출하게 되는데 당시 인스는 맨유에서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었기에 인스의 인터 밀란 이적은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지역신문에서는 인스의 이적을 놓고 퍼거슨의 책임을 묻는 여론조사까지 할 정도였다.
이제 EPL 매니저로서 다시 만난 퍼거슨과 인스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둘 사이에 나쁜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음을 경기 전부터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퍼거슨은 인스를 빅 타임 찰리라고 부른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그것은 실수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퍼거슨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언사에 대해 미안하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인스는 자신과 퍼거슨과는 이제 술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며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스의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맨유가 경기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며 진행됐기 때문이고 맨유의 완승으로 끝났다. 루니, 호날두, 긱스, 베르바토프의 공격 4인방은 인스가 경이롭다고 할 만큼 가공할 전력을 보여 주었다. 결국 경기 전 고개를 숙였던 퍼거슨에게 경기 후에는 인스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사제간 첫 경기는 막을 내렸다.
요크|전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