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서장훈 추승균 하승진 등 선수들이 31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취재진에 훈련 과정과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날 허 감독은 주전선수보다는 정훈 정의한 이중원 등 후보들을 기자들에게 일일이 소개하고 치켜세우느라 바빴다.
“그동안 땀 많이 흘리고 열심히 했어요. 잘 부탁합니다.”
허 감독의 애정은 지난 시즌 혹독한 시련을 겪은 포인트가드 임재현에게도 쏠렸다. 임재현은 삼성으로 떠난 이상민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극도의 부진에 허덕이며 코트 안팎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 역시 ‘눈 감고 농구하는 것 같다’며 속을 까맣게 태웠다.
그랬던 허 감독이 오히려 “재현이가 잘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지켜봐 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에 의아하기까지 했다.
현역 시절 ‘농구 9단’이란 말을 들었던 스타 출신 허 감독은 “지도자로는 아직 초보라 전창진 유재학 김진 감독 같은 선배들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기량과 성격이 제각각인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여러 모로 부족한 선수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요즘 허 감독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결국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이 신이 나야 할 것 같아요.”
호통보다는 격려와 애정을 갖고 부족한 점을 고쳐주고 선수들끼리도 동료애를 통해 서로 아껴주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 여전히 슛을 던지면 10번에 8개 이상은 넣는다는 허 감독은 선수 앞에서는 농구 시범도 잘 안 한다. 행여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까 봐서다.
KCC는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서장훈(207cm)과 하승진(222cm)에 외국인 선수도 모두 2m가 넘는 장신 군단이 됐다. 낮은 데로 임한다는 허 감독이 새롭게 용병술에도 눈을 뜬다면 그 위력은 더 커지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