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플레이를 팬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요.”
프로농구 시즌 개막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물 신인’ 하승진(23·KCC)의 각오는 당찼다.
그는 16일 “용병 위로 덩크슛을 꽂아 넣거나 용병들의 슛을 블로킹해서 팬들로부터 ‘아, 우리나라 선수도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222cm의 국내 최장신인 그는 웬만한 용병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크다.
2004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무대를 밟은 하승진은 올 초 국내로 복귀했다.
그의 거대한 신체에 맞추기 위해 특수 제작된 울트라 빅 사이즈의 침대, 문틀, 버스 좌석 등은 모두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하승진은 농구 외적으로 관심 받는 것이 불편한 듯했다.
“국내에 온 지 벌써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몸무게를 묻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160kg가 넘는 체중을 6개월여 만에 130kg대 후반으로 줄여 최근 또 화제가 됐다.
즐겨 먹던 탕수육을 꾹 참아가며 줄인 체중에 대해 그는 “몸이 가벼워졌고 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 더 오래, 빨리 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경기에서는 20∼25분을 뛰었다.
그의 스승은 ‘농구 천재’ 허재 감독. 허 감독은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뽑은 뒤 ‘고래를 낚은 듯’ 가슴 벅차했다.
하승진은 “감독님과 함께 낚시를 간 적이 있는데 고기도 직접 구워주시고, 그렇게 자상하실 수가 없었어요. 감독님을 새로 보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나 고참 서장훈에 대해서는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평소 얘기를 잘 못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승진은 미국과 한국 생활의 차이점에 대해 “한국에서는 나를 위주로 패턴 연습을 한다. 중심이 된 느낌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스크린플레이 등 남을 돕는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장신 선수가 그렇듯 하승진도 자유투가 약점이다. 시즌을 앞두고 자유투를 집중 연습했다는 하승진은 “10개 던지면 다 들어갈 때도 있지만 6개만 넣을 때도 있다. 아직 기복이 심하다”고 말했다.
하승진의 목표는 우승과 신인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지난 시즌 챔피언인 동부가 최근 펼친 한일전 2경기를 다 봤다는 그는 “동부는 신장뿐 아니라 스피드도 갖춘 굉장히 강한 팀이고 특히 용병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면서도 “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미국프로농구(NBA) 재도전 시점에 대해서는 “일단 국내에서 인정받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