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발로 웃고…삼성 손에 울고…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8시 08분


7회 이종욱 얕은 플라이때 예상 깬 홈 질주 ‘역전’…삼성 최형우·박진만 잇단 수비 실수에 승리 헌납

결국은 수비였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앞두고 “양 팀 모두 불펜이 좋아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수비로 판가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산은 4회초 2루수 고영민의 그림 같은 수비로 삼성의 오름세를 차단한데 이어 7회말에는 삼성 내·외야의 연이은 어설픈 수비에 편승,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 조동찬의 인내심, 삼성의 선제탄

삼성은 1회 1사 1·2루 기회를 아쉬운 주루 플레이 미스로 놓쳤다. 그러나 3회 무사 1·2루서 2번 조동찬의 볼넷을 발판 삼아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조동찬은 볼카운트 2-2서 거듭 두산 선발 김선우의 승부구를 골라냈다. 준PO부터 삼성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좁힌 채 롯데 투수들을 괴롭혔는데, 조동찬은 PO 1차전에서도 역시 빼어난 선구안과 인내심을 발휘했다. 정규시즌보다 좁아지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포스트시즌 스트라이크존의 특성을 고려한 타격 자세였다. 한가지 눈에 거슬린 대목은 주심의 판정이 살짝 흔들린 부분. 이날 김풍기 주심은 3회 조동찬 타석에서 볼카운트 2-3가 된, 스트라이크존 아웃코스 모서리로 박힌 직구를 볼로 판정했으나 다음 타자 양준혁의 2구째 똑같은 코스의 투구에 대해서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면 투수들이 볼 하나하나에 민감해져 페이스가 요동치는 만큼 보다 일관된 판정이 필요하다.

○ 고영민의 호수비, 두산의 반격탄

초반에 침몰할 듯하던 두산은 4회 3점, 5회 1점으로 재빨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 출발점은 수비였다. 0-4로 뒤진 4회초 무사 1루서 삼성 박한이의 총알같은 타구를 2루수 고영민이 점프하며 어렵게 잡아내 병살을 엮어냈다. 외야로 빠졌더라면 최소 무사 1·3루, 자칫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추가실점 위기였다. 고영민은 곧 이어진 4회말 반격에서는 한점을 만회하고 맞이한 2사 1루서 손목만 트는 영리한 배팅으로 1타점 우익선상 3루타를 쳐 풀 죽었던 두산 덕아웃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두산 ‘발야구’의 개가

삼성 배터리의 집중견제에 막혀 기를 못펴던 두산 ‘발 야구부’는 7회 진가를 드러냈다. 무사 만루서 김동주의 얕은 플라이를 삼성 우익수 최형우가 글러브를 가슴 위가 아니라 머리 위로 해서 잡자 3루주자 이종욱은 3루를 리터치한 뒤 바람처럼 홈을 파 역전 점수를 뽑았다. 계속된 2사 2루서는 고영민의 땅볼 타구를 잡았다 놓친 삼성 유격수 박진만이 허탈해하며 땅을 쳐다보는 동안 2루주자 김현수가 재치있게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았다. 두산의 7회 3득점은 순전히 발로 얻은 성과물이었다.

잠실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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