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를 떠나 김경문과 선동열, 두 감독의 ‘기막힌 용병술’이 또 한번 빛을 발한 게임이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왼손 투수에 왼손 타자를 대타로 내는 등 상식 밖 깜짝수를 쓰고도 ‘작두탄 도령’처럼 9전 전승 우승 신화를 이끌어낸 두산 김경문 감독과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의적절한 투수교체와 ‘4번 진갑용-2번 박석민 기용’으로 재미를 봤던 삼성 선동열 감독, 두 사령탑의 ‘빼어난 선수 기용’이 또 한번 숨김없이 드러난 한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줄곧 선발 멤버와는 거리가 멀었던 전상렬을 주전 우익수로 기용했다.
방망이가 좋은 유재웅 대신 전상렬의 탁월한 수비 능력에 주목한 것이었다. 1회 1사 1·2루에서 진갑용의 안타성 타구를 원바운드 처리, 1루주자 양준혁을 횡사시켰던 전상렬은 선두타자로 나선 5회 안타로 출루, 4-4 동점의 밑바탕을 놓는 등 방망이에서도 제 몫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평소 2번을 맡았던 고영민을 6번으로, 그 대신 오재원을 2번 타자 겸 1루수로 기용한 것 역시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오재원은 4회와 5회, 연속 중전안타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고 7회 무사 1루에서도 끈질긴 승부 끝에 걸어나가는 등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4회 우월 3루타로 타점을 올린 고영민 역시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 고리 노릇을 제대로 해냈다.
특히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마무리를 맡았던 정재훈을 김선우-이혜천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려 톡톡히 재미를 봤다.
긴박한 상황서 가끔씩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정재훈을 이재우, 이용찬,임태훈, 김상현 등 ‘막강 불펜+집단 마무리’로 가기 위한 중간허리로 쓰겠다는 그의 작전은 적중했다.
선 감독의 용병술 역시 이에 못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했던 박석민이 부상으로 출전치 못하자 그는 2루를 보던 조동찬에게 3루로 맡기고 2루에 신명철을 기용했다.
한편에서 김재걸의 선발 기용을 예측하기도 했고, 경기 당일 점심 식사 후 라인업이 완성될 정도로 선 감독의 고심이 컸지만 2번을 맡은 조동찬과 9번으로 나선 신명철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3회 삼성의 대량득점은 신명철의 우전안타에서 시작됐고 조동찬 역시 무사 1·2루에서 볼넷을 얻어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잠실|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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